배윤주 시인 / 꽃소식 외 1편
배윤주 시인 / 꽃소식
꽃봉오리 살그머니 가슴을 열어 눈처럼 녹는 마음이 먼 데서 길 따라 흘러오네
봄이란 소리도 없이 전해지는 편지 봄은 밤마다 꽃잎을 열고 가슴속 향기로운 편지를 썼구나
한 아름 읽는 파란 아침의 꽃소식이 고와라!
배윤주 시인 / 옆으로 누운 말들
소리 없이 꺾여 기울어진 좌판
유영을 멈춘 지느러미 제 몸을 꼭 안고
모두 옆으로 누워 있다
뒤돌아선 시간 타들어 가는 잠
돌아누우면 마주 볼 얼굴들
접었던 숨소리가 등을 향해 귀 기울이고 있다
벌어진 입속 삼키지 못한 말꽃이 말랑하다
바라보지 못했던 뒷모습에
옆으로 누운 말들 실컷 들려주고 있다
은비늘 등허리 고요히 덮인 말의 씨앗들은
굽어진 골목길에 속 비운 감꽃으로 떨어지고
거친 잇새에 가시처럼 걸려 뱉어내지 못한 말꼬투리들
오롯이 옆으로 누워
잠도 오지 않는 뜬 눈으로 녹여내고 있다
-시집 『옆으로 누운 말들』에서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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