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배윤주 시인 / 꽃소식 외 1편

파스칼바이런 2023. 3. 13. 05:00

배윤주 시인 / 꽃소식

 

꽃봉오리 살그머니 가슴을 열어

눈처럼 녹는 마음이 먼 데서 길 따라 흘러오네

 

봄이란 소리도 없이 전해지는 편지

봄은 밤마다 꽃잎을 열고

가슴속 향기로운 편지를 썼구나

 

한 아름 읽는 파란 아침의 꽃소식이 고와라!

 

 


 

 

배윤주 시인 / 옆으로 누운 말들

 

 

소리 없이 꺾여 기울어진 좌판

 

유영을 멈춘 지느러미 제 몸을 꼭 안고

 

모두 옆으로 누워 있다

 

뒤돌아선 시간 타들어 가는 잠

 

돌아누우면 마주 볼 얼굴들

 

접었던 숨소리가 등을 향해 귀 기울이고 있다

 

벌어진 입속 삼키지 못한 말꽃이 말랑하다

 

바라보지 못했던 뒷모습에

 

옆으로 누운 말들 실컷 들려주고 있다

 

은비늘 등허리 고요히 덮인 말의 씨앗들은

 

굽어진 골목길에 속 비운 감꽃으로 떨어지고

 

거친 잇새에 가시처럼 걸려 뱉어내지 못한 말꼬투리들

 

오롯이 옆으로 누워

 

잠도 오지 않는 뜬 눈으로 녹여내고 있다

 

-시집 『옆으로 누운 말들』에서  2022.

 

 


 

배윤주 시인

충북 영동에서 출생. 경인교육대학 졸업. 2019년《시와 경계》를 통해 등단. 시집 『옆으로 누운 말들』. 한국시인협회 회원. 『현대시학』동인. 시산맥 시회 특별회원. 현재 안산 정재초등학교 교장으로 재직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