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희숙 시인 / 달 외 1편
우희숙 시인 / 달
누군가 플러그를 꽂는다 커다란 거울이 환히 켜지고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나뭇가지를 흔드는 바람 꽃향기와 물소리 숨죽이는 소리 야생고양이 수염이 그 안에서 자란다 접촉 불량인지 거울은 수시로 깨지고 보였던 것들은 깨지거나 갈라지거나 사라진다 정전이다 거울이 사라지고 세상은 텅 비었다 플러그를 끼울 누구도 거울이 살아 돌아 올 시간도 알려주지 않는다 달은 거울이다.
우희숙 시인 / 환시
거실 불빛은 포크레인을 움직여 창을 팠다 멀리 뚫었다
수심 깊은 바다 거친 파도의 물살을 가르는 물고기 떼가 보인다 청보리멸들이 지느러미를 낙하선처럼 펴고 풍랑을 타고 빠르게 내려온다 적군이 있는지도 모른 채 바닥 틈새로 쏜살같이 착지한다
배고픈 길고양이들 내려오는 물고기를 앞발로 채 먹는다 뼈조차 남지 않고 진눈개비가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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