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선 시인 / 속없는 남자 외 1편
문인선 시인 / 속없는 남자
푸른 잎 팔랑거릴 때는 윤기도 났다
무슨 조화였을까 갈색 산마루로 오르는 생의 산등선에서 무얼 그리 숨길 게 있었는지 남자는 자꾸 배가 나오고 있었다
푸른 잎의 시절로 돌아가라 돌아가라
어느 날 병원엘 들러 속을 다 덜어내고 왔다
그것들이 남자의 몸을 지탱하는 바지랑대였을까 이제 남자는 푸른 잎도 갈색 잎도 아닌 그림자가 되었다
철없는 아내는 허공에 홀로 떠 있는 하현달처럼 붉게 울지도 추위에 떠는 이월 매화꽃처럼 떨 수도 없었다
속없는 남자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
문인선 시인 / 어머니 생각
어제 우포 늪에서 수제비 뜨던 제비. 오늘 시댁 처마 밑 둥지에서. 입 벌리고 있는 새끼 입에 넣어 주네요.
한밤도 마다 않고 어머니 막내딸이 먹고 싶어 한다고. 장작불 지펴 수제비 끊이셨지요.
어머니 뱃속에는 암 덩이 채우고 계신 줄도 모르고
나는 내 좋아 하는 수제비로 배 속 채웠지요.
어머니 수제비 처럼 뚝 뚝 끊어질 수 없는 그리움.
콩죽이 끓듯 뿌그르르 뿌그르르 자꾸만 부풀어 올라요.
오월의 하늘 바라
이슬에 젖은 가슴.
카네이션 한아름 안고 불러 봅니다,
어머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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