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상 시인 / 오월 외 1편
이길상 시인 / 오월
기억해! 기억해! 그 말이 너무 아픈 오월
독재정권이 무너진다면 광주에 참 평화가 찾아온다면 햇살 한 점 없어도 좋겠다고 했던 그 말
“미얀마 시위 확산!” 쓰러져서도 그들은 피켓을 들었다 인터넷으로만 확인하는 그들의 소식 자꾸 가늘어지는 내 손목 부끄럽기만 하다
작은 새의 울음 아무렇지 않아 더욱 미안한 오월
푸른 하늘 바라보는 것조차 한 줄기 햇살조차 아릿아릿한 그 오월
이길상 시인 / 철로변 역사엔 톱밥난로가 홀로 어둠을 끌어당기고 있다 저탄장 탄가루의 마른 기침소리가 들리고 아침을 여는 길은 객지를 떠돈다 막장에 들어가는 반딧불들, 날개를 떨구면 검은 산엔 절망의 삽날이 꽂힐 뿐이다 등록금 낼 때쯤이면 아이들은 학교가 불 꺼진 빈집 같다 학교에 가지 않은 몇 아이들은 울먹이는 강이 된다 잠 못 이루며 출렁이는 삶이 거품으로 올라올 때 그 빈 공간 메우자고 떠난 아이,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 아이 소식 궁금할 때마다 강물은 말이 없고 고요와 적막에 남은 논밭마저 드러눕는다 갈대처럼 함께 모여 살던 이웃들은 흔들리고 있는가 갈기 선 바람이 불자 희망의 불이 꺼진 길 아래 집들은 웅크리고 떡잎 같던 시간이 뿌리를 거둔다 시린 눈발에 하늘도 허기진 달을 내건다 달처럼 텅텅 울리는 마음은 철로로 놓여 먼 길 떠났을까 거죽만 남은 풍경은 주저앉아 빈 밭을 키우고 세간은 더 야위어 간다 장에 가신 아버지의 좌판에 햇살 가득 찰 날이 올까 아버지가 오실 길에 차단기가 내려가 있다 겨울 그놈의 겨울이 또 눈과 바람을 데리고 무쇠처럼 달려오고 있다
<2001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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