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봉 시인 / 돌 속의 바다 외 1편
이낙봉 시인 / 돌 속의 바다
돌 속 바다를 슬쩍 엿본다 그 바다로 달이 차고 기울면서 돌 속의 바다 꽃문이 열리길 기다린다
철썩, 또르르르, 도도도(道)
자갈자갈 자갈자갈 꽃문 밖의 모든 것이 그리움이지만 형체와 빛깔과 이름을 버리고 스스로 움직이면서 움직이면서 쪽빛 거제 바다와 한 몸이 된다
나도 서양의 누구처럼 흙에 숨을 불어 넣는다 아니, 게제 망치 해변의 자갈자갈 몽돌 중에서 아주 단단한 놈 하나 골라 나도 서양의 그 누구처럼 숨을 불어 넣고
철썩, 또르르르, 도도도(道)
이낙봉 시인 / 050114
당신은 살아야합니다, 러닝머신
엘리베이터가 고장이다. 비상계단을 열두 바퀴 돌아야 땅을 밟는다. 한 층 한 층 돌때마다 12층 공간의 무게가 무섭게 따라 붙는다. 흔적 없이 내 몸을 뚫고 지나가는 바람, 오늘 엘리베이터가 고장이다.
살고 살아도 제자리입니다. 러닝머신
근조화환을 뚫고 바람이 지나간다. 영안실에 모인 사람들은 그의 소리와 몸짓을 기억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오래전의 얼굴이 모인 사람들의 뒷모습을 보고 웃는다. 그는 내일이면 흉터도 없이 재가 될 것이다. 그의 몸을 뚫고 바람이 지나간다.
그래도 당신은 계속 살아야합니다, 러닝머신
-시집 <미안해 서정아> 2007년 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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