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림 시인 / 그곳에만 가면 외 1편
김림 시인 / 그곳에만 가면
이상하지? 확실히 그곳은 이상한 곳 그곳에만 가면 기억상실증 환자들이 된단 말이지 저잣거리에서 손이 붓도록 악수하던 기억도 돌아서면 까마득한 옛일이 되고 마는 약속이나 하지 말지 뿌리 내리지 못할 공약만을 남발하여 끝내는 부도수표라니 참 이상도 하지 그곳에만 가면 또렷하던 귀가 어두워지고 눈이 슬며시 닫힌다던가 풍요로운 미래를 점지하는 풍수의 땅 그곳에만 가면 모두가 손을 놓고 뒷짐을 진다네 다, 터 탓인 게야 강물에 갇힌 섬 물살 따라 썩은 모래만 불러 모으는 지형 탓 우리 섬이 되지 못한 나의 섬, 너의 섬
김림 시인 / 바위를 사랑한 파도
오늘도 나 혼자서 애를 태웠다 그대는 꿈쩍도 않는데 온몸에 시퍼런 멍이 들도록 있는 힘 다해 그대에게 달려갔건만 질끈 눈을 감고 돌아앉은 무정함이여 어찌해야 그대를 마주 볼 수 있다는 말인가 목이 쉬도록 그대를 불렀다 갈라지는 소리가 이내 풀썩 쓰러져도 그대는 여전히 못 박혀 있을 뿐 끝내 우리는 함께 할 수 없는 운명인가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질긴 인연을 붙잡고 부축하는 어깨를 빌려 오늘도 나는 그대 뒷전으로 부서지며 가고 있는데 얼마나 더 오랜 세월을 그대 등에 매달려 애원해야 할 것인가 다정한 갈매기 한 쌍 내 눈물 애처롭다 훔치며 나는데 그대 정녕 언제까지 모른 척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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