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홍승우 시인 / 낙엽 외 2편

파스칼바이런 2023. 4. 17. 05:00

홍승우 시인 / 낙엽

 

 

가볍게 흔들며 와서

허우적거리는 기다림으로 하여

잠시 왔다 가버리는 그

달빛에 흔들리는 하늘을 바라보아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 가난한 그는

모양과 빛깔을 잊어버린 지 이미 오래다.

숲으로 해서 달려온 바람으로 하여

흔들리는 하늘과 새로운 의미를 가져오는

숱한 기억을 이룬 낙엽이 가라앉는 묵중한 소리

안으로 한없이 열리는 하늘 밑에

초점이 모아져

은밀하게 짜 올린 속살은 핏물이 되어 강으로 흐르고

열려있는 창으로 하여

나무들의 향연이 끝난 지금

그는 또 하나의 하늘을 찾아 거침없이 떠난다.

 

 


 

 

홍승우 시인 / 꼬리를 달기를

 

 

네가 찍은 그 마침표가

쉼표가 될 수 있도록

꼬리를 달기를

끝을 보이는 설레는 대화가

조금이라도 이어질 수 있도록

꼬리를 달기를

서서히 멀어져 가는

너를 잡을 수 있도록

꼬리를 달기를

 

 


 

 

홍승우 시인 / 가슴 속에는

 

 

가슴 속에는 분노가 끓고 폭풍이 인다.

가슴 속에는 눈보라가 치고 폭설이 내린다.

가슴 속에는 폭염이 일고 이글이글 불탄다.

가슴 속에는 꿈꾸는 바보도 자란다.

 

 


 

홍승우 시인

1955년 경북 경주시 안강 출생. (본명 홍성백). 1995년 계간 『동서문학』신인작품상에 시 <새>외 4편 당선으로 등단. 2007년 시집 『식빵 위에 내리는 눈보라』(나남) 간행. 2006년 시 <서신> <희망사항> 시노래로 작곡, 발표. 2009년 시 <내가 사는 세상> 가곡으로 작곡, 발표. 송앤포엠시인회 회원. <낭만시> 동인으로 활동. 대구문인협회 시분과위원장, 대구시인협회 편집국장 역임. 대구시인협회 이사. 한민족사랑문화인협회작가회의 수석 편집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