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조윤희 시인(김해) / 모정 비각과 해은정

파스칼바이런 2023. 4. 18. 05:00

조윤희 시인 / 모정 비각과 해은정

 

 

해의 날개 자락이 드리운

비탈진 언덕 쪽에는

하늘을 담고 구름으로 채워

흐르는 세월 유유히 그려낸

화포천의 물길 바라보고 선 채로

속살 드러낸

큰 배롱나무들이

겨울을 안고 섰다

 

*마을을 지킨다는 당산나무 아래는

연꽃 단청 단장한 모정비각과

해은정의 모습이

잊힌 세인들의 역사 속에서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세찬 바람만 오가는

낙동강 마을 한쪽 하늘은

줄지어 날아가는 철새들의 어깨를

툭툭 건드리며 지나간다

 

배롱꽃 가득 찰 어느 날을

꽃 꿈꾸며

겨울이 흐른다

 

*해은정(海隱亭) : 병자호란 때 인조가 당한 굴욕에 분함을 삭히지 못한 광주노씨 해은 노한석 공이 은거하면서 세운 정자.

 

*모정 비각 : 1909년에 그 내력을 적어 세운 공의 유허비에 용과 연꽃 단청의 비각.

 

*여기에서 마을이란 모정마을을 말한다.

 

*모정마을의 유래 : 금관가야 2대 거등왕과 혼인하기 위해 왕비가 배를 타고 와서 내린 지역이라고 해서 마을 이름을 왕비의 이름을 따서 모정이라 불렀다고 한다. 인조 때 증이조판서를 지낸 해은 노한석 공이 조정에서 벼슬을 내려도 마다하고 모정마을로 옮겨와 살면서 마을에정자를 짓고 명나라 마지막 연호인 숭정을 기린다는 의미로 마을 이름을 모정이라고 했다고도 전해진다. 정마을이 있는 한림면 금곡리는 광주 노씨의 4백년 세 거지 이기도 하다.

 

 


 

조윤희 시인(김해)

경남 김해에서 출생. 현재 계간 시와늪에서 시 창작 공부를 하고 있으며 2016년 4월 1차 시 부문 추천 당선 데뷔, 2017년 3월 31일 제36집 여름호 김해 장날 외 4편이  2차 추천 완료로 등단. 2019년 1월 2019년 제42집 신년호 詩 부문 작가상 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