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장자영 시인 / 즐거운 추리와 검은 눈의 노래

파스칼바이런 2023. 4. 19. 05:00

장자영 시인 / 즐거운 추리와 검은 눈의 노래

 

 

 지붕 끝이 자꾸만 하늘로 도망치는데 , 희미하게 튀어나온 그 여자의 젖꼭지가 붉었고 , 한 여자의 후회하는 표정이 까마득히 멀었고, 노래는 경쾌했고 , 다가서서본 그 여자의 가슴은 생각보다 작았고, 한 여자의 기침소리 , 손바닥에 박힌 두툼한 못이 열쇠로 변했고 , 열쇠는 길어서 어디에도 맞지 않았고 , 파묻힌 열쇠처럼 비밀은 멀었고 , 그 여자가 내민 젖이 스며들지 않았고 , 한 여자의 비명, 두개의 창이 보이지 않았고 ,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 사라진 여자의 손바닥에서 뿜어져 나오는 단서들 , 한 여자가 보이지 않았고 , 한 여자가 그 여자의 꿈이었을 때.

 

- 등단작 ‘시작’ 2006

 

 


 

장자영 시인

1977년 서울에서 출생. 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와 중앙대 대학원을 졸업. 2006년 계간 『시작』을 통해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