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만 시인 / 동행 외 8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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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만 시인 / 동행
내 방 낡은 의자 한 30년 끼고 살았더니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삐걱삐걱 서로 앓는 소리 잔소리까지 닮았다
몸이 가면 마음도 따라가는 늙음의 안분(安分)일까 둘 다 너무 헐어 어디 명부전(冥府殿)엔들 가지겠나
서상만 시인 / 비 맞고 온 시
고단하게 비 맞고 온, 그대 젖은 머리 빗물이나 털어주리 여기 오는 내내 떨리는 어깨 들썩이며 글썽거린 아픔이니
서상만 시인 / 동두천 내 시비(詩碑)
풀잎은 늘 잠자듯 살아 있어야 한다고 썼다
사람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봐야 삶을 안다고 썼다 풀잎처럼
바람 앞에 사람들 오들오들 떨고 있는 것이, 꼭 풀잎 같아 그렇게 썼다
서상만 시인 / 수양버들
이 봄, 내 시에도 물이 올랐으면 낙낙하게 휘어지는 낭창낭창한 시, 은유의 은어 떼가 하얗게 나를 몰고 가는
그런 부드러운 회초리
시의 핏줄이여
서상만 시인 / 슬픈 경계
그래도 무덤가 풀은 또 새봄을 맞았네
서상만 시인 / 들판이란
자식새끼 다 안아 키운
울 엄마 펀펀한 가슴이다
서상만 시인 / 망우리 근처
저편, 또 누구의 일생 하나 부리고 간 자리 함께 묻힐 듯 울어쌓던 어느 간절한 사람도 떠나고
납빛 낮달 아래 소국(小菊) 하나 바람에 흔들리네
-시집 <노을 밥상>에서
서상만 시인 / 탑돌이
일찌감치 염불 끝낸 돌탑이 내 등을 토닥였습니다
어디서 주워들은 말로 “돌아보게,돌다보면 차차 알게 될 걸세”
연등(燃燈)은 바람에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서상만 시인 / 활짝 지는 꽃 보러
활짝 지는 꽃 보러
금산 서대산(西臺山)에 갔어요
가지마다 꽃 지는 소리
개덕사(開德寺)풍경소릴 깨워
득도 못한 귓전을 새파랗게 채워줬어요
-시집 <노을 밥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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