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시인 / 점點 외 6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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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시인 / 점點
나를 위한 면적이 필요하다고 애원했지만 꿈쩍 않던 그가 디큐브아트센터 10분 거리의 위치에서 먹고 자게 하더니만 점 ‧ 점 ‧ 점들이 방출할 때의 숨소리를 읽으라 하였다 역의 출구마다 쏟아지는 점들의 아우성, 눈알보다 바쁘게, 마치 거리의 화면을 꽉 채운 비가 대사를 외듯 움직임이 언어보다 빠르다 나 나 나 점 점 점 오고 감이 없다는 말 집어 던지고 들숨으로 멈춤 한 채, 그에게 따지려니
그가 사람들 틈에서 졸고 있다, 점인 채로 움직임이 요란타
이정현 시인 / 여름비
여름밤 다락방에서 듣는 빗소리 창문을 여니 비가 와락 안긴다
얼마나 헤매었는지 차다
이정현 시인 / 금장대 나룻배
길 위의 나룻배 한 척을 본다
바람이 노를 젓자 배가 흔들린다 그러나 제자리다
경주 천년의 숨결 속에서 참선 중이다
-시집 『점點 』에서
이정현 시인 / 그러나
그러나 그대는 휘둘리지 않는 그대의 삶을 살아야 한다 유혹의 빛들이 그대를 끌어당겨도 그대는 휘둘리지 않는 그대의 삶을 살아야 한다 자유롭게 하늘을 가르던 자유의 날개와 대지의 생동을 품에 담던 태양의 손짓에 묶여 노래하지 못하여도 그대는 휘둘리지 않는 그대의 삶을 살아야 한다
이정현 시인 / 각설탕이 녹는 시간
불현듯 찾아왔다 하얀 기억 한 조각
추적추적 가을비 발꿈치 들고 마른 잎사귀 적시던 어느 날 저녁 장작불 피워 방 데워 놓고 나를 기다려 주던 사람
다시 또 녹인다 각설탕 그 하얀 기억 붙잡으려고
-시집, 『각설탕이 녹는 시간』 중에서
이정현 시인 / 서리꽃
소소리바람에 땅을 솟구쳐 올라온 서리꽃 촉촉한 대지를 감싸 안은 냉기 제 사랑을 주체 못 해 날이 선 서리꽃 가시 돋친 서러움이 담기었네
시린 가슴속 일렁이는 사랑 물들이고 사나운 바람에 밀려난 가슴 온몸으로 버티어 뻗어낸 애잔함 대지사랑은 지순하게 노기를 재운다
자신을 지키려는 서릿발 역경도 고난도 눈발에 버티어 춘절에 깨어나는 봄바람 조우 인고의 사랑은 적요의 그리움이다
삭풍에 울어대던 서릿발은 가슴 아린 속울음 삼키어 한 줄기 한 줄기 깊은 골을 지어 봄볕 살뜰함에 순연한 사랑이어라 순결한 너만이 피워낼 수 있는 고결한 꽃
이정현 시인 / 선우善友
한 줄기 빛으로 전하는 향기 몽환 속 상념을 깨트려 아득한 길 인도하는 손짓
마음속 산란함 머묾에 편함이 없어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그 연유를 모르겠네
생각은 마음 따라 일어나 선함을 만들고 욕심은 허물을 남기네
자신을 태워 향기롭기를 소리 없이 흐르는 빛에 담아 닮아보라 하네
어리석음을 멈추는 선하디선한 곡선으로 한 줄기 향기가 울음으로 전하네
선우가 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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