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차순 시인 / 다시오름 외 5편
|
김차순 시인 / 다시오름 -이어도
낮과 밤의 정사 눈 감으면 잊혀질까 찢어진 어망사이 기어든 풀벌레와 겨누던 가슴 내어주고 바다의 집을 그렸다
바람빛 구름하늘 비켜선 양문아래 비 소리 요란한 도당 집의 운율 같은 아직도 여물지 못한 내 사랑을 포갰다
잡으면 금 새 떠날 핏물 밴 기억 속에 크고 작은 사람의 나이가 차기까지 재워둔 늦 울음 버리고 와랑 와랑 옵서예
*오름 : 큰 화산의 옆쪽에 붙어서 생긴 작은 화산 *와랑 와랑 : 이글이글 -제주 방언 *도당 집 : 함석집 -제주 방언
김차순 시인 / 날 비飛자 추임새鳥
바람이 빠지면서 더 넓어진 골목길 청동빛 이마를 드러낸 창들이 열린다
호흡을 맞춘 만국기 가을을 탄주한다
까치놀 걸터앉았던 날 비飛자 귀거래사
가을 창 넘나들며 비파와 아쟁을 켠다
바람은 여전히 불고
훨훨 나는,
나는 새......
-《시조미학》 2024. 봄호
김차순 시인 / 고향에게
붉은, 고요가 흐른다 탯줄의 기억 아득한 물빛노을 벼리고 달려온 별무리 가득 만삭의 배를 터뜨리며 차오르는 합포만*
어미가 된 아이가 팔매질한 물수제비 와락와락 쏟아놓은 봄꽃 엽서로 건너오면 팽팽한 낯선 하루의 꿈의 겨눈다 꽃 사월!
기억의 저편을 돌려세운 풀․ 꽃․ 별․ 달 노을 길 술래 잡이 저 홀로 떠다니던 등불 켠 불씨로 남은 아, 환한 날 환한 날
*합포만 : 경남 마산의 옛 이름
김차순 시인 / 윤오월의 그대 앞에서
가까이 들어볼까 멀리서 바라볼까 야멸찬 바람 앞에 구름 한 점 보내라 곡예를 부리던 소리 행궁 길 납시었다 뙤약볕 난장치고 허기진 마술피리 적소의 향을 피워 별 총총 에워싸던 윤오월 짧은 여름밤 소지 한장 올린다 가까이 바라볼까 멀리서 들어볼까 휘령전 주검앞에 마른 피가 흐를 때 무심한 바람이라도 일으키라 하시네 *윤오월: 사도세자의 운명한 달
-수원화성 테마시집 『물고을 꽃성』
김차순 시인 / 덤 앤 더머
한겨울 밤보다 더 긴 경전을 읽는다
복사꽃보다 시인 그 시절을 돌아보며 질긴 마음에 묶여 눈 감은 하늘아래 바람이 미소를 지우고 산의 몸통이 잘렸다 쥘부채 너름새 어린 봄 강구 항에서 그 많던 까마귀 떼는 어디로 갔을까 하루치 발을 모으듯 툭 던진 말 바람 한 잎 숲속의 아가미 마음밭의 자물쇠 딱! 복사꽃 먹는 오후 서 있는 詩 넉살도 참, 슬픔의 뒤편 꽃발 꽃발 당신, 원본인가요*
무소의 뿔이 된 떼루아** 네피림***의 발효여!
*스물두 분의 시조 시조집 제목: 복사꽃보다 시인(옥영숙) 그 시절을 돌아보며(문석주) 질긴 마음에 묶여 (이선중) 눈 감은 하 늘 아래(김연동) 바람이 미소를 지우고(김양희) 산의 몸통이 잘렸다(서숙희) 쥘부채 너름새(이순권) 어린 봄(김영재) 강구항에서 (김석이) 그 많던 까마귀 떼는 어디로 갔을까(유헌) 하루치 발을 모으듯(정수자) 툭 던진 말(박홍재) 바람 한 잎(유재영) 숲속의 아가미(배경희) 마음밭의 자물쇠(우은숙) 딱!(강상돈) 복사꽃 먹는 오후(임성구) 서 있는 詩(신필영) 넉살도 참, (윤금초) 슬픔의 뒤편 (김미정) 꼿발, 꽃발(김혜경) 당신, 원본인가요(이광)
**좋은 포도밭
***노아 홍수 이후 등장한 거인(민수기 13:33)
-《시조미학》2023. 봄호
김차순 시인 / 버킷리스트 옴니버스 1.
바람이 빠져나간 오후 한나절
빨간 전기 주전자 스위치를 꽂는다. 불이 들어와 금박테두리 나비무늬 찻잔을 데우고 새초롬한 초겨울 바람을 닮은 차를 우린다. 금방이라도 삼킬 듯 그렁대던 목소리 빠져나가고 물이 든 티백tea bag의 벽곡점 아래 묻힌 날갯짓, "반성은 하되 후회는 하지 말 것, 따끈한 차 한 잔이면 족할 일... 우두망찰 바라던,
콸콸한 목울대를 감싼 다디단 비움 본다.
열 온탕 온 냉탕 반신욕에 족탕이라 쐐기로 박힌 옹이 생으로 우리다가 벌겋게 날 선 실핏줄 귀동냥하느라고 바빴던 하루해 되로 주고 말로 받아 갈지자로 져 나르던 갱 물을 비운다
"비욱 채우는 일은 말캉한 덤 앤 더머”
"한이 혼을 마주하듯 노래한"다는 '진성'의 '태클을 걸지 마'라는 반전의 동굴을 훅, 빠져나온 벼린 날을 빚는다
-《시조미학》 2022. 봄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