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욱 시인 / 깡통 외 4편
|
권용욱 시인 / 깡통
걷어차이면 안다 옆구리 찌그러지고 생입 터져 내장 쏟아 보면 세상에 몸 하나 충실히 산다는 거 입신 갖추고 행세하기 어려운 줄 안다
깡그리 깡다구 심지어 깡패처럼 왜 깡통인지 안다 모나면 다칠세라 둥글게 깎아 세우는 데 십 년 틈이 있어 바람 들까 가려 막는 데 십 년 남이 몰라줄까 꽃단장 두르는 데 십 년 구르는 곰 재주보다 긴 세월이지만 정작 필요한 건 알맹인지라 세상 사람들 용하게 속엣것만 파내간다
나비 떠난 허물처럼 길바닥에 버려져 바람이나 들여 둥지나 틀고 일그러진 밤길 같은 동굴놀이에 지쳐보면 안다, 세 살배기 발길에도 와지끈 구겨질 때 된통 꼴통 혹은 먹통처럼 왜 내가 깡통인지 안다
권용욱 시인 / 활짝 피어라
2020년 봄 서울 이모가 보낸온 튤립 화분
힘내라! 리본 달고 대구에 응원을 왔다.
베란다에 앉아 밖을 보고 안을 보고
피어도 될까? 활짝 피어도 될까?
코로나19 눈치를 보는 사이
한걸음에 달려온 자원봉사자 손길 따라
목련꽃 하얗게 피듯 튤립, 너도 힘내서 활짝 피어라!
권용욱 시인 / 또 와그라노*
또 와그라노
세이야 니 와그라노 와 또 그래싼노 몸도 댈낀데 이리 추븐 샌날에 날도 저문데 또 어딜 나가노 거기 주미 넣고 가는 건 또 뭐으꼬
와 또 그라노 세이야 동백도 지어버서 샛빠닥 뚝뚝 버리뿌는데 세상 철 따라 물정 따라 그리 사는 거라꼬 아부지가 안그랫나, 벌써 잊아뿐나
그래놓고 또 맨땅에 처앉으러 나가나 오라는 사람도 그리 없그마는 머시라 또 씩씩대고 나가싼노 아이구야 충신 난네, 민주 난네 세이 니가 더 우짤기라꼬 또 그래싼노 말이다
속아도 속은 대로 치닥꺼리 마다 않는 우리 세이 마음이야 참말로 가상타 마는 그래도 세이야 우야든동 이번엔 애먼 짓은 마래이, 한 번 속지 두 번 속나 세이야
세이 니도 잘 알제, 그놈이나 이놈이나 검은 개나 흰 개나, 썩은 눈 약은 눈 마카다 지 살길만 노리고 있는 기라 우리가 가지 모르고 좆 모르것나 제발 인자는 죽 쑤가 개 주지 마래이
와 또 그라는지 내가 몰라서 그라나 세이야 니나 나나 오늘 그치 찬 바람 불고 사방천지 별빛도 탱~탱 말라비틀어지면 오살할 놈 잡아놓고 불꽃 활활 치세우던 그날 만경들 기억이야 되살리고 싶지
근데 세이야 그런 날이 또 오더라도 죽으나 사나 우리가 이 땅에 댓빵이라는 거, 이제 다시는 우리가 어언 놈 등롱잡이 노릇 안 한다는 거, 이 배알만큼은 가슴에 단디 새기너코 나서라이
아, 낮에는 힘들고 밤에는 촛불 들고 노상 큰 욕보는 거리의 우리 세이야
*세이: 兄 (부산지역 말)
<동시> 권용욱 시인 / 포도
개구리 알 처럼 포동 포동
까만 방울이 주렁 주렁
보기만 해도 침이 꼴깍
입안에 쏘옥 탱글 탱글
"아이, 맛있어."
권용욱 시인 / 고양이
야옹 야옹 고양이
멍멍개가 짖으면 후다닥 도망가고
찌익 찌익 쥐를 보면 번개같이 쫓아가는 고양이
쫓기고 쫓아내는 얄미운 고양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