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최정란 시인(영동) / 여명 외 10편

파스칼바이런 2025. 8. 9. 17:40

최정란 시인(영동) / 여명

 

 

바람이 불어온다

춤사위가 일렁인다

 

못다 한 춤

못다 푼 신명

한 끈 되어 침몰하는

한마당 가을 하늘에

신바람의 원무圓舞가....

 

한이 얼마가 되면

흰 빛으로 태어나랴

흰 빛은

몇 생을 대껴

무지개 빛 내어 거나

 

아, 분명

터지는 갈채

깃발 속에 나부낀다

 

살아 다시 살고픈

필생의 혼 줄 앞에

영욕을 불사르며

깨어나는 우리 슬기

 

한마당

떨리는 부챗살

부활 같은 저 여명.

 

 


 

 

최정란 시인(영동) / 월류봉

 

 

세월도 원시의 밤을 유역처럼 쌓아 놓고

날 새면 제 모습을 야윈 듯 제 살결을

봉오리 머리를 풀어 풍경 밖을 봅니다.

 

제 몸을 감추려는 안개 속의 선경은

외부를 가리우고 내부를 비추는가

여울물 염주 알 굴리며 좌선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먼 발치에서 서성이는 내가 되어

아름으로 안으면 잡힐 듯 투영되는

달빛도 아픈 속살을 감추려나 봅니다.

 

 


 

 

최정란 시인(영동) / 뜨게질 소묘

 

 

그대 넉넉한 품

마음 다해 마름 하여

눈대중 올올히

고를 엮어

단을 뜨는

실타래

타래로 감기는

아, 먼길 인연의 샘.

 

어느 녘

남국의 땅

목화밭 송이송이

내 한 생 매듭지을

그 치수를 비워 두면

아직도

애틋한 상념想念

체감으로 오는가.

 

 


 

 

최정란 시인(영동) / 가을 시편 Ⅱ

 

 

아득한 시간들이

만들어 놓은 유역에

 

얼룩진 꿈과 소망

거두어 간 빈 들녘

 

수문水門도

닫히었구나

바람만이 살랑이네.

 

갈대꽃 붓이 되어

먹물 적신

가슴 결은

 

어디서

시작하여

어디쯤으로 흐르는가.

 

조약돌

씻긴 세월이

아리게도 아픈 날은.

 

초서로 쓰고 싶어라

아픔마저 지운 날에

 

빛과 그림자

하늘이 준 깨우침을

 

봇물 져

적신 울음도

옷깃 말려 주리라.

 

 


 

 

최정란 시인(영동) / 군자란

 

 

그대 계신 남쪽나라

그 보다 더 아득한

 

따뜻한 겨울 한 폭

내 가슴에 옮겨 심네

 

단한개

뿌리를 내려

 

꽃을 피운 십수 년을

 

 


 

 

최정란 시인(영동) / 가을비

 

 

연륜의 몇 송이

스러짐은 뒹굴고

빗물 괴듯

흐르는

정적은 쌓이는데

물그늘

포오란 주심

내 안에 감겨든다.

 

 


 

 

최정란 시인(영동) / 내 사랑은

 

 

그리움 물레 잦듯

달빛 밝은 밤이면

 

길 건너 불빛 밝은

그대 창 완자 무늬.....

 

스스로 빗장을 푸는

바람결도 되리니

 

더러는 아득한 마음

인두 불 볼에 대고

 

뚝 그친 풀벌레 울음

행여나 인기척을

 

스러진 별자리 속에

다시 듣는 내 사랑은

 

 


 

 

최정란 시인(영동) / 세월의 뜨락에서

 

 

내 마음 작은 뜰에

자라는 꽃들은

향기에 젖어 있어

뿌리로 다스린다

 

싱그러운 잎새마다

태양빛 스며드는

그 마을 들어서면

누가 나를 반겨줄까

 

상념에 잠겨 있는

세월의 뜨락에서

영원히 샘솟는

내 안의 기쁨이여.

 

노을빛 짙어가는

연륜의 뜨락에서

영원을 바라보는

내 안의 기쁨이여

 

 


 

 

최정란 시인(영동) / 간이역에서

 

 

떠나고 보낸 마음

멀어져 간 모롱이에

이렇게 손 흔들며

머물고 있음은

정지된 시간의 늪을

건너지 못함인가

 

되돌아서는 길섶

수를 세는 발자국

어차피 떠나야 할

주어진 길이라면

그림자 밟히지 않는

이 길은 어디인가

 

고요도 끊긴 어둠

두 줄기 평행선에

지향도 끝도 없는

불 켜진 시그널이

오가는 세월을 맞아

문지기로 서 있는가.

 

 


 

 

최정란 시인(영동) / 청도반시

 

 

집집마다 몇그루씩

가을 익힌 감나무들

 

청도의 인심인 양

둘레 둘레 편평하다

 

씨 하나

어디다 숨겼나

술래 되어

하나....

둘....

 

 


 

 

최정란 시인(영동) / 古宅을 지나며

 

 

적막도

쌓다보면

고샅길 돌담으로

 

멈칫 서

마주 하면

낯익은 우리들이

 

한 천년

윤회 앞에서

사립문을 밀친다

 

 


 

최정란(崔政蘭) 시인

충북 영동출생. 한국방송통신대학 국문학과 졸업, 김천대 유아교육학과 졸업. 영동대산업정보대학원 사회복지학과석사과정/상담심리학과석사과정 졸업. 1986년 제1회전국한밭시조백일장 <여명> 장원 당선으로 문단데뷔. 2010년 『시조문학』 50주년 <속, 가을>작품상 수상. 2017년 제7회 역동문학상 본상 수상. 시조집: <화신제>. 여명 시화전:회원전다수, 개인시화전 제1회 전시. 현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조시인협회,한국시조문우회, 한국시조문학진흥회 부이사장, 영동문인협회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