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란 시인(영동) / 여명 외 10편
|
최정란 시인(영동) / 여명
바람이 불어온다 춤사위가 일렁인다
못다 한 춤 못다 푼 신명 한 끈 되어 침몰하는 한마당 가을 하늘에 신바람의 원무圓舞가....
한이 얼마가 되면 흰 빛으로 태어나랴 흰 빛은 몇 생을 대껴 무지개 빛 내어 거나
아, 분명 터지는 갈채 깃발 속에 나부낀다
살아 다시 살고픈 필생의 혼 줄 앞에 영욕을 불사르며 깨어나는 우리 슬기
한마당 떨리는 부챗살 부활 같은 저 여명.
최정란 시인(영동) / 월류봉
세월도 원시의 밤을 유역처럼 쌓아 놓고 날 새면 제 모습을 야윈 듯 제 살결을 봉오리 머리를 풀어 풍경 밖을 봅니다.
제 몸을 감추려는 안개 속의 선경은 외부를 가리우고 내부를 비추는가 여울물 염주 알 굴리며 좌선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먼 발치에서 서성이는 내가 되어 아름으로 안으면 잡힐 듯 투영되는 달빛도 아픈 속살을 감추려나 봅니다.
최정란 시인(영동) / 뜨게질 소묘
그대 넉넉한 품 마음 다해 마름 하여 눈대중 올올히 고를 엮어 단을 뜨는 실타래 타래로 감기는 아, 먼길 인연의 샘.
어느 녘 남국의 땅 목화밭 송이송이 내 한 생 매듭지을 그 치수를 비워 두면 아직도 애틋한 상념想念 체감으로 오는가.
최정란 시인(영동) / 가을 시편 Ⅱ
아득한 시간들이 만들어 놓은 유역에
얼룩진 꿈과 소망 거두어 간 빈 들녘
수문水門도 닫히었구나 바람만이 살랑이네.
갈대꽃 붓이 되어 먹물 적신 가슴 결은
어디서 시작하여 어디쯤으로 흐르는가.
조약돌 씻긴 세월이 아리게도 아픈 날은.
초서로 쓰고 싶어라 아픔마저 지운 날에
빛과 그림자 하늘이 준 깨우침을
봇물 져 적신 울음도 옷깃 말려 주리라.
최정란 시인(영동) / 군자란
그대 계신 남쪽나라 그 보다 더 아득한
따뜻한 겨울 한 폭 내 가슴에 옮겨 심네
단한개 뿌리를 내려
꽃을 피운 십수 년을
최정란 시인(영동) / 가을비
연륜의 몇 송이 스러짐은 뒹굴고 빗물 괴듯 흐르는 정적은 쌓이는데 물그늘 포오란 주심 내 안에 감겨든다.
최정란 시인(영동) / 내 사랑은
그리움 물레 잦듯 달빛 밝은 밤이면
길 건너 불빛 밝은 그대 창 완자 무늬.....
스스로 빗장을 푸는 바람결도 되리니
더러는 아득한 마음 인두 불 볼에 대고
뚝 그친 풀벌레 울음 행여나 인기척을
스러진 별자리 속에 다시 듣는 내 사랑은
최정란 시인(영동) / 세월의 뜨락에서
내 마음 작은 뜰에 자라는 꽃들은 향기에 젖어 있어 뿌리로 다스린다
싱그러운 잎새마다 태양빛 스며드는 그 마을 들어서면 누가 나를 반겨줄까
상념에 잠겨 있는 세월의 뜨락에서 영원히 샘솟는 내 안의 기쁨이여.
노을빛 짙어가는 연륜의 뜨락에서 영원을 바라보는 내 안의 기쁨이여
최정란 시인(영동) / 간이역에서
떠나고 보낸 마음 멀어져 간 모롱이에 이렇게 손 흔들며 머물고 있음은 정지된 시간의 늪을 건너지 못함인가
되돌아서는 길섶 수를 세는 발자국 어차피 떠나야 할 주어진 길이라면 그림자 밟히지 않는 이 길은 어디인가
고요도 끊긴 어둠 두 줄기 평행선에 지향도 끝도 없는 불 켜진 시그널이 오가는 세월을 맞아 문지기로 서 있는가.
최정란 시인(영동) / 청도반시
집집마다 몇그루씩 가을 익힌 감나무들
청도의 인심인 양 둘레 둘레 편평하다
씨 하나 어디다 숨겼나 술래 되어 하나.... 둘....
최정란 시인(영동) / 古宅을 지나며
적막도 쌓다보면 고샅길 돌담으로
멈칫 서 마주 하면 낯익은 우리들이
한 천년 윤회 앞에서 사립문을 밀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