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송반달 시인 / 폭풍 외 2편

파스칼바이런 2025. 8. 10. 21:51

송반달 시인 / 폭풍

 

 

바람이 바람을 몰면서 굶주린 황야의 호랑이처럼 온다

나무들 모가지 길게 늘여 빼기가 자행되고

발발 떠는 일이란 휨으로 보여서

쓰러뜨리고 말리라, 바람은 더 포효하는 것이다

 

저 굶주린 바람을 위하여

나무가 춤을 바친다 바람이 포효할 때마다

물 꿋꿋이 나무가 흥 돋운다

큰 춤일수록 그 세움의 고향은 폭풍 속이니

 

나무는 큰 바람이 되기로 한다

그러자, 덥석 물고 무는 이 바람과 저 바람

그 폭식의 이빨 사이에 또한 물려야 하니

아 한 마리 잎이다 그러나

 

쓰러지지 않으리라, 납작한 물들

급기야 호랑이 소리 내지르며 대드는 일났다

폭풍주의보다, 그러자 이 바람에

더 크자 하고 바람이 바람을 덥석덥석 물어뜯는다

더, 더 크게 물들은 춤추고

 

 


 

 

송반달 시인 / 흔들리는 나무에게 쓴다

 

 

나무야! 나무야!

지금 흔들리고 있니?

지금 흔들리고 있어?

 

절망이 너를 흔들고 방황이 너를 흔들고 그리하여

그 슬픔이 너를 흔들고 너를 흔들고 너를 흔들면

누가 이기나 흔들려버리라. 그 흔들림을 즐겨버려라.

사랑한다. 사랑한다. 속삭여주는 깊은 뿌리가 있잖니.

절망 아무것도 아니야. 방황 아무것도 아니야. 하면서

절망 방황 그것들 지독한 몸살감기쯤으로 여겨버리면

모든 고통 낙엽처럼 네 마음에서 뚝뚝 지리라.

어떤 슬픔도 네 마음에서 뚝뚝뚝 낙엽지리라.

흔들리고 흔들리고 또 흔들리며 흔들림이라는 이름으로

슬픔 가운데 꿋꿋하게 키운 것 희망의 뿌리이기에 너는,

푸른 잎사귀들과 푸른 가지들과 푸른 줄기로 너는,

다시 서는 나무가 되리니.

 

그리하여 너는 기쁜 사랑이다.

누구 보다 푸른 나무 너. 누구 보다 우뚝한 나무 너.

사랑한다! 사랑한다!

 

 


 

 

송반달 시인 / 채석강의 의붓동생 이야기

 

 

그곳에 가자.

괜찮은 격포에 가자.

썩 괜찮은 채석강에 가면,

그 의붓동생 적벽강을 만나면

사랑 같고, 사랑 같고 사랑 같은 것이

한꺼번에 일어서서 붉은 손을 내민다.

 

하아 사랑하는 마음

붉어질대로 붉어져 강바닥까지 쌓이면

〈안〉에게 깊은 키스하고 싶어

그 강렬한 파도의 아가미로 강바닥 부비다

슬피 서 있는 적벽의 발부리에 쓸쓸한 입을 부비며

그렇게 또 한 세월 광기를 토할 일이다.

 

파도야, 파도야,

시인을 취하게 하는 몹쓸 채석강의 파도야,

〈안〉때문에 취하게 하는 몹쓸 적벽강의 파도야,

붉은 벽에 광기의 못을 쳐라.

그 힘으로 〈안〉을 걸어두게

사랑에서 사랑까지 사랑으로 쳐라.

사랑이 사랑인 사랑의 힘이여,

 

사랑이 사랑인 사랑의 힘으로

내 안의 붉은 것 토하고 싶을 때

〈안〉으로 하여 생긴 내 안의 벽 붉게 토해버리고 싶을 때

적벽으로 오라, 적벽강으로 오라.

 

격포에 오면 만남이 있다. 아라리가 난다.

 

아리 아리 아라리 쉬지도 않고 새벽이면

아리 아리 아라리 막 해가 뜰 무렵

아리 아리 아라리 적벽강에 오면

붉은 비키니 수영복 입고 당신을 기다리고 서 있는

내 사랑 〈안〉을 닮은 , 야한 노을 공주가 있다.

 

그 붉은 강에 빠져! 살자.

 

-월간 『현대시』 2008년 10월호 발표

 

 


 

송반달 시인

1961년 전북 부안 출생. (본명: 송의철) 2002년 《현대시》를 통해 등단.  시집으로 『야야, 바람이 분다』(한국문연, 2007)가 있음. 2010년 제12회 수주문학상 대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