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욱 시인 / 만월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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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욱 시인 / 만월
해안가에 아무도 다녀간 흔적이 없으니 파도를 불러와 젖은 발자국을 만들고 어떤 마음은 사라질 때까지 걸어와 물속에 돌멩이 하나를 놓아두고 되돌아갔다 손으로 잡아보지 못한 어떤 아름다운 것이 있었고 그것은 바다가 나에게 주고 간 단 한 번의 물음,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모래사장에 감춰져 있을 여름의 모닥불과 겨울의 휘파람 소리, 아주 멀리서 온 큰 파도가 바위와 부딪혀 포말이 일 때 그 속에서 달이 울고 있는 아기를 꺼내다 눈이 마주치고 사방으로 튀는 울음소리에 우리는 온몸이 젖었다
위성욱 시인 / 난파
어떤 마음은 모래에 사장되고 어떤 기분은 파도 속에 잠긴다 여기에 데려다 놓고 떠나가 버린 어떤 날씨와 여기에 불러다 놓고 사라져버린 어떤 생각이 수직으로 떨어지는 비를 맞고 있다 나는 누군가에게 목격되고 싶고 나는 누군가에게 들키고 싶고 우리는 숨겨진 바닥이 되었다 어떤 마음은 모래사장이 묻어두고 어떤 기분은 파도가 다가와 가만히 가져간다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사라지고 있다 가장 먼 바깥을 향해 마침내 바깥이 우리를 안에 가둬두고 문을 잠가버렸다 그것은 문어단지 속에 좌초된 안쪽이었다
—<시와반시> 2023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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