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선애 시인 / 절대 과자 외 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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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애 시인 / 절대 과자
조금만 힘을 줘도 툭 하고 부러지는
확신의 맛을 살린 가느다란 막대 과자 한입에 밀어 넣다가 강한 말에 걸린다
오해와 이해 사이 떨어진 부스러기
훅하면 사라져도 단호한 신념 같아 뒤끝은 바탕에 남아 제맛에 고집한다
반복하여 씹을수록 불신은 고소해져
한 귀로 흘리면 빈틈으로 빠져든다 팽팽한 서로를 향해 완벽해진 겉말들
-《좋은시조》 2023. 가을호
권선애 시인 / 너무 멀리 왔소
북풍을 맞서기엔 그대들 답은 빈貧 하오 무거운 충언의 힘 가볍게 들어 올려 다산의 반짝이는 별 화성에 쏟아지오
심지 깊은 경기에 성벽이 키를 높이면 토성은 내려앉아 띠를 두른 축성들 달무리 에워싼 행궁 드높이 지킨다오
효를 다해 읊조리니 성문들은 열리고 망루에 걸린 깃발 눈물로 흔들릴 때 죽은 별 뒤주에 갇혀 우주를 떠돌았소
하늘에 닿은 섬김 누구도 넘지 못해 갈개발 끝은 설어 사라지는 별똥들 태양은 어둠을 살려 지금도 빛난다오
*권세 있는 집안에 붙어서 덩달아 세력을 부리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수원화성 테마 시집 《물고을 꽃성》 2023
권선애 시인 / 대화
그 여자 정육점은 꽃 집 건너에 있다 나눠진 부위가 묵묵히 꽃을 읽고 꽃들은 생살을 읽어 맞은편에 피고 진다
선홍빛 웃음으로 온종일 화답하면 또 다른 시간은 손끝에서 자라나 꽃다운 아득한 나이 그램으로 올려진다
살아온 날들보다 베어진 날 선명해서 대답 없는 민얼굴 조화처럼 꽂힌 동안 독백은 유리창 너머 저절로 피어난다
-《정형시학》2022. 겨울호
권선애 시인 / 가을 편지
파아란 하늘바다에 나뭇잎 부딪히는 파도 소리 잔잔하게 일렁이며 가을소식 전해준다
담벼락 보이지 않는 자리에도 가을 배달부 빠짐없이 소식 전해준다
자그마한 풀잎도 앙증맞은 꽃잎도 울긋불긋 예쁘게 답장보내느라 분주하다
산끝 동그랗게 올라오는 빠알간 우체통에 꽃잎 소식 풀잎 소식 곱게 적어 넣어 하늘바다에 띄워 보낸다
권선애 시인 / 별의 별
서랍 속의 씨앗은 우주에서 숨어든 별 계절이 바뀌어도 아무렇지 않은 듯 접힌 채 그대로 앉아 어둠 속 나를 찾는다
뼛속으로 박히는 별의별 소리까지 내 안에 넣어 놓고 닫으면 그만인데 입 밖을 맴도는 봄은 왜 움트지 않는가
환한 세상 열어줄 따뜻한 손 기다린다 외톨이 되어서도 맨몸으로 버틸 뿐 매일 밤 씨 있는 말들 솎아내며 사는 빛
-《좋은시조》 2022. 봄호
권선애 시인 / 잘못박히는 날들
못 끝낸 날이 쌓여 못난 것들 속에는 반성을 빼내지 못해 녹슬어 버린 잘못 그것도 제자리라고꿋꿋이 박혀 있다
후회가 단단해져 미래가 휘어지면 못이기는 자신을 구석에 꽂아둔다 뒤바뀐 바깥쪽 얼굴 못마땅해 삭은 표정
빈틈없이 지키려다 소리 없이 부서진다 아무도 몰라보는 못된 속내 감추면 못 본채 돌아선 벽은 보란 듯 가슴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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