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춘희 시인 / 선데이 서울 외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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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춘희 시인 / 선데이 서울
그 여자는 너무 쉬운 문장 아무나 눈을 돌려 흘끗 훔쳐 읽기 좋은 여자 가판대 앞 선 채로도 후루룩 읽혀지는 펜팔구함경기도고양시합정동68번지이름장대혁 나이19세직업학생전화354-1865가 이데올로기의 전부인, 물리 공책과 수능 완전 정복 사이에 낑겨 있다가 킥킥 돌려지던 여자 사랑방 보료 밑에 오래 깔려 있던 자랑스런 대한 남아 조병익 병장 침낭 속에서 며칠 밤 불침번 서는 여자 때로 서울―순천행 고속버스 뒷좌석 그물망에 걸쳐 앉았다가 본격적으로 읽혀지기도 하는, 그러나 대부분 단숨에 읽히고 거침없이 툭, 버려지는 여자 버려져 다 찢겨지고도 몇 차례 더 읽혀지는
너무 쉬운 여자 아무에게나 배시시 눈꼬리 흔드는 늦여름 패랭이 같은 시대여 ! 시여 !
유춘희 시인 / 그리움의 사칙연산
그리움에그리움을더하면두개의그리움이되고 그리움에그리움을곱하면두곱의그리움이되고 그리움에서그리움을빼도그리움은남는다 그리움을그리움으로나누어도그리움은남는다 남는그리움에또다른그리움을더하고 더해진그리움에또다른그리움을곱하고 그리고빼고또나누고나누고또빼고
떡주무르듯주무르는그리움자꾸손끝에묻는다
유춘희 시인 / 나물 속에 묻는 그리움 -토란잎, 호박잎 혹은 연잎위의 빗방울
샐쭉하게 돌아앉은 너의 문은 오늘도 나를 위해 열리지 않았다
앙다문 네 마음을 열고 들어가 우단처럼 너를 덮고 잠들 수 있다면...
스미지 않는 네가 있어 스미고 싶은 내가 있어 매번 같은 자리로 끊임없이 나를 부러뜨리는 것이다
눈물 툭툭 부러뜨리러 날마다 너에게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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