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연 시인 / 깨소금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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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연 시인 / 깨소금
한 달에 며칠 그녀는 살찐 구름을 덮고 잠이 든다
꼼지락, 꼼지락 나는 그녀 위에서 단단한 사다리를 탄다
긴장이 역력한 습기 머금은 손으로 욕망의 틈을 연다
깊숙이 그녀에게 머물다 고소한 내음을 뿌려준다
잠깐 머물다가는 향이 내가 차려주던 만찬에 가득하도록
오늘은 유난히도 농도가 짙은 깨를 볶고 싶다
-시집 『그녀의 무게는 가벼웠다』에서
김규연 시인 / 송이 잡으러 가는 날
그믐달을 품고 싶은 밤이 다리 사이를 흔들어 놓는다
산바람을 타고 넘어오는 송이 향에는 그녀의 생리혈이 묻어 있다
산 능선을 따라 송이는 몸의 가장자리부터 뜨겁지 않게 적신다
그녀가 온몸으로 받들던 송이버섯 모양의 호르몬 냄새
나무도 치르고 있었을 민망한 경험
기어이 저무는 계절을 흔들고 앉아 있다
움켜쥐고 싶었던 감정이 우뚝 솟아오른 송이를 먹는다
-시집 『그녀의 무게는 가벼웠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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