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용희 시인 / 장마 외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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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용희 시인 / 장마
오늘 같은 날은 허공중에 물고기가 살았으니
핏줄에서부터 웅웅거리는 심해의 소리
다시, 푸른 지느러미를 퍼덕이어 하늘 끝까지 자맥질해 가지
갔다 와도 갑갑하면 다시 또 가지
구름 속으로, 구름 속으로 떠돌다 오지
등 푸른 비늘을 부르르 떨면서
-『시인동네』 2018-9월호
홍용희 시인 / 오후의 공터
햇볕이 눈밭처럼 눈부시다.
개미들의 발걸음도 하얗다.
풀들이 영혼처럼 소리가 없다.
공터는 소문처럼 심심하다.
<시작 17년 봄호>
홍용희 시인 / 뱀 1
팔도 다리도 없는 몸뚱아리를 원망하지 않기로 한다.
눈동자를 칼끝처럼 모아도 세상은 흐릿하여 그저 온몸을 다해 앞으로만 기어간다.
차가운 땅과 검은 하늘이 많은 이곳은 지옥일까? 천국일까?
차라리 침묵만이 영원하다는 사막의 선인장으로 태어났더라면……
어느 혈관에 애증의 독이 머물러 있었던가. 온몸이 뻣뻣해 오면서 혓바닥이 붉게 젖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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