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신형주 시인 / 빈집 외 1편

파스칼바이런 2025. 8. 21. 22:42

신형주 시인 / 빈집

 

 

마당에 무성하게 자란 초록 함성들

낡은 철제문 열어젖혔다

녹슨 시간의 가루들

부스스 떨어져 내린다

빈집의 쇄골이 드러난다

풀섶 사니

손 잃어버린 목장갑 한짝

저 혼자 골똘하다

 

-詩集 <내일 헤어진 사람>에서

 

 


 

 

신형주 시인 / 얼음 호수

 

 

구름이 걷다가 미끄러지고

달빛이 미끄러지고

철새 소리가 미끄러지며 뒤엉킨다

햇살이 노크를 해 보지만

단단한 서슬의 표정 짓고

부답 묵묵

침묵의 두께를 알 수 없다

밤새 눈이 호수를 덮은 어느 날

그가 꽝꽝 목 놓아 울었다

설해목이 같이 울어 주었다

허공의 한복판에서

울음과 울음이 만났다

 

-詩集 <내일 헤어진 사람>에서

 

 


 

신형주 시인

경기도 수원 출생. 수원여대 간호과 졸업. 2010년 계간 《시에》로 등단.  2017년 시집 『젬피』 『내일 헤어진 사람』 『가슴에 별을 간직한 사람은 어둠 속에서 길을 잃지 않는다』. 2010년 마로니에 백일장 우수상 수상. 2022년 경기문화재단 지원금 공모 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