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최성희 시인 / 아무도 없네 외 1편

파스칼바이런 2025. 8. 25. 20:35

최성희 시인 / 아무도 없네

 

 

갔다

모두가 내 곁에서 떠나갔다

 

팔랑거리며 날아들던 것들도

밤낮으로 숲속에서, 산책길에서

고운 소리로 노래 불러주던 것들도

 

온 천지 총천연색 꼬까옷 입고

제멋에 겨워 홀리며 춤추던 것들도

하나 둘 떨어져 뒹굴거리더니 사라져버렸다

 

텅 빈 의자 맴돌며 서성이다

빈 하늘 바라보았네

날 두고 다 떠나버리면 난 어이 살라고

 

우주가 다 비어있는 이 기분

홀로 남은 외로움

그 긴 겨울 어찌 보내야 할거나

 

사랑이 깊으면

외로움도 깊다지

 

 


 

 

최성희 시인 / 마음엔 나이가 없다

 

 

유통기한 오래 남은

싱싱함으로 살고 싶어

난 아직 청춘이니까

 

청춘은

인생의 어느 기간을 의미하는 게 아닌

마음의 상태를 말하는 거라잖아

 

눈가에 주름살

희끗거리는 머리칼

침침해지는 눈이면 어때

 

배우고 싶은 게 이렇게 많고

가보고 싶은 곳도 이리저리 많은

이토록 불타는 열정 있는데

 

못 다한 것 하나하나 이룰 때마다

전율이 느껴지는 행복한 마음

 

누가 이 나이를 황혼이라 하는가

 

 


 

최성희 시인

1964년 서울에서 출생. 서울여대 교육심리학과를 졸업. 2006년 계간 『시작』을 통해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