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술랑 시인 / 아우라지강 외 6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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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술랑 시인 / 아우라지강
정 못살면 정선 가 살지 정선 가 뭐하노 아우라지강 강피리 잡으며 살지 뭉게구름 떠 머무는 加里旺山
그대 정 살기 어렵거든 아우라지강 강피리 유난히 순한 물맛에 한 生 아까운 한 생 살아보지 그래
임술랑 시인 / 동백꽃 지는 뒤뜰
한 점 그 속 깊은 곳으로 들어가 끝까지 들어가 길어 올린 꽃송이 붉은 저 입술 바라만 보고 있다가 홀로 홀로 조용히 떨어뜨린 꽃잎들 고요히 떨어뜨린 꽃잎들
다가가 옷깃이라도 스치면 와르르 쏟아지는
임술랑 시인 / 고갱이
배추 고갱이 한 입에 씹어 삼키는 일 두렵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어떤 세상 송두리째 부서지는 것 같습니다 고소한 세상이 있을 것만 같습니다 껍질을 벗기면 나타나는 작은 세상 그의 소중한 얼입니다
배추 고갱이를 한 입에 우겨 넣기는 참말 두렵습니다
-시집 『상 지키기』(모아드림, 2006)에서
임술랑 시인 / 메리야스를 갈아입으며
메리야스를 벗으며 그 綿에서 풍기는 나의 香을 맡는다 내 몸과 가족을 위해서 흘린 땀 냄새를 맡는다 다시 새 메리야스를 꺼내 입으며 깨끗하게 세상에 나가서 일을 할 생각이 잠시 솟는다 그 綿의 香에서 목화송이처럼 따뜻하게 살아나갈 힘을 얻는다
임술랑 시인 / 노을
당신 몸 위에 나는 한 마리 작은 벌레 같아서 그대의 손목 핏줄 위를 기어갈 때는 팔딱팔딱 고동치는 것만 같아서 (한 생각으론 전체를 알 수 없으니) 그러다 당신이 근지러워 몸 흔들면 떨어져 그대를 쫓아오는 어떤 발걸음에 밟히고, 툭 터진 그 짠한 핏빛을 어디 칠하리 노을 같이 부푼 내 燈
임술랑 시인 / 맛있는 무와 맛없는 무
배가 고파 혼자 쓸쓸한 식사를 한다 밥 한 그릇 깍두기 한 통 이 깍두기 착한 무인가 밥 한 술에 깍두기 한 입 씹으면 씹을수록 사각사각 맛있는 무다 다른 반찬이 없어도 밥 한 그릇 뚝딱 쓸쓸한 식사가 일찍 끝난다
마음 아파 혼자 탁주 한 사발 한다 탁주 한 통에 깍두기 한 접시 이 깍두기 나쁜 무인가 씹어도 씹어도 이 맛도 저 맛도 없다 고춧가루 범벅에 마늘 생강 젓갈 다 들어갔어도 도통 물내만 난다 쓸쓸한 저녁이여 탁배기 한 통만 다 비운다
임술랑 시인 / 무언가 하나 더 부족 합니다
물고기는 발이 없어 물에서 나오지 못합니다 소, 돼지는 손이 없어 아픔보다 더 가려운 곳을 긁지 못합니다 내 몸뚱이에 달린 발과 손으로 이 블랙홀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은 분명 무언가 하나 더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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