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양선주 시인 / 땡볕 외 2편

파스칼바이런 2025. 8. 30. 17:13

양선주 시인 / 땡볕

 

 

열렬한 심혈관

 

뜨거운 개인을 태운다

 

수억 개의 뙤약볕

집단적으로 작열한다

 

빛의 뿌리 깊숙이 달궈진다

 

백색 공포에 뛰어들어야 한다

 

에코백 말아 쥐고

길바닥 음지를 찾는다

 

마을버스 구석에 낀

암청의 응달 점점 비좁아진다

 

아스팔트 속

팽팽한 백발이 증발한다

 

앞선다는 것은 지킨다는 것

 

햇빛은

흰 칼만 휘두른다

 

열기 속

아무렇게나 걷다

두 다리 던져버릴까

 

빵빵

클랙슨 울린다

 

 


 

 

양선주 시인 / 호랑가시나무

 

 

몸통 한가운데 바짝 마른다

 

주인은 고개를 창밖으로 돌린다

루버셔터는 햇빛을 차단한다

 

바람의 목

문틈에서 삐걱거린다

 

주인은 나무의 몸통을 손아귀로 꼭 쥐고

데리고 왔다고 나무가 들리게 말한다

 

사람들 동시에 나무를 바라본다

 

비쩍 비틀리는 나무의 몸뚱이

주인의 얼굴을 찬찬히 훑어 내린다

 

모두들 가까이 다가가

꼼꼼히 들여다본다

 

이파리는 갈퀴를 닮고

발톱은 톱니를 닮아

 

앙상히 뒤틀리는 주인의 뼈대

 

벽 쪽으로 함께 돌아가는

주인의 깊숙한 심장

 

 


 

 

양선주 시인 / 무덤

 

 

차가운 등

 

솟아오른 얼굴 바닥에 손바닥을 댄다

 

온기 더듬거리며

네가 누운 깊은 동굴 오래

더 깊이 들여다본다

 

숨소리 곳곳

왼팔 하나, 왼다리 한쪽, 빗장뼈 한 대

묻었지

 

풀이 일어난다

귀가 일어난다

 

두고 갈 것은 흑색으로 굴러다니는 콩팥이다

자갈같은 피

 

너는 축축한 진흙이 춥다하고

나는 긴 반성을 한다

 

다시 태어나

봉긋이 온도가 자랄 때까지

 

손등은 뼈를 향해 타들어간다

 

작은 발목이 날아간다

-웹진 『시인광장』 2024년 12월호 발표​​​

 


 

양선주 시인

전북 남원 출생. 고려대학교 대학원 응용언어학 박사 수료. 2006넌 《시평》 으로 등단. 2008년 시집 『사팔뜨기』 『열렬한 심혈관』. 대산창작기금을 받았고, 『소설미학』 동화 부문 신인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