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숙 시인(리움) / 불러본다 외 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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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숙 시인(리움) / 불러본다
이월 아침 마지막 가는 길 배웅
살포시 들판 가득 찬 은빛 깃털 오늘은 다소곳했다
잠시 후 눈부신 햇살 짧지만 맑은 삶
가혹하다 사그라드는 눈의 작별
시인은 종일 오염되지 않은 무채색의 시간을 들여다보며 실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은 그 사람
지나친 고역과 피로 지나친 외로움과 시련 고단한 이름을 불러본다
불러본다
그리움은 대답이 없다
김종숙 시인(리움) / 봄이야
깜장 눈을 깜박이며 노란 납매 꽃잎을 입에 문 아기새가 가지 끝을 흔들어 덴다
펼쳐보니 겨울 소환장
봄이야!
김종숙 시인(리움) / 쓸쓸한 시
살 만큼 살다 떠난 자리 씨앗 떨어져 어린 것들 올망졸망 둘러서서 자라고 있다
거북이 등짝 같은 마른 연밥 위에 앉아 더러는 시리게 더러는 축축하게 애도하는 저 여치
떠날 줄 모르고 울어주는 이만한 절개 어디 또 있을까
찰나를 스친 은빛 물방울이 부서진 날개 위에 눈물처럼 떨어진다
김종숙 시인(리움) / 미시령 옛길에서
가을 난간에 기대여 바람에 소스라치는 나뭇잎 바라보다 언제부터 달려왔을까
이만 리 넘는 꿈길에서 그대 생각에 잠겼던 걸까
날 밝자 아득하게 멀어지는 발소리 문득 다시 들리는 목소리 굽이굽이 그리움
김종숙 시인(리움) / 오빠 얼굴
다육이 옮겨심다 오빠 얼굴 떠 올리고 주홍빛 부겐베리아 사진 바라 보니 그을린 오빠 손 등이 아른거린다
울타리에 찔레야 석류야 뒷뜰 아욱이랑 상추야 앞뜰 감나무야 사과나무야 천천히 자라거라
울오빠 걸음걸이 빨라지지 않게
웃음소리 발자국소리 울오빠 목소리
- 월간 시 2022년 8월, 통권 103호
김종숙 시인(리움) / 나무의 거리에서
연보라 쑥부쟁이 길을 지나 나무의 거리에 들어섰다
나를 기다려준 건 그가 내쉰 맑은 바람 소리
쉬이 떠나지 못하고 쉬이 시들지 못하고 쉬이 잠들지 못하고
눈물처럼 떨어지는 풀벌레 울음소리
익어 붉어진 찔레끝에 흔들리는 바람이여 감당할 수 없어 들뛰는 숨결이여
아플 줄 모르고 마신 가을酒에 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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