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희 시인(고흥) / 거울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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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희 시인(고흥) / 거울 카페
낡은 거울에 금이 갔다 햇살이 머뭇거리는 그 틈새로 길이 꿈틀거린다 새장 속 서성이던 그 녀가 붉은 발자국 새기며 그 길 따라 걸어 들어간다 낭떠러지 끝에 거울 카페가 있다 언제나처럼 낡은 음악이 흘러나오고 그녀는 자리에 앉아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적막을 오랫동안 홀짝거리 며 마신다 음악은 점점 어두워진다 그녀는 수많은 눈동자가 새겨진 창문을 하나하나 열어젖힌 다 그녀만의 구름과 나무, 그녀만의 계단과 그늘이 펼쳐진다 그 누구도 가져본 적 없는 그녀만의 풍경이다 순간 하늘이 출렁거린다 오랫동안 어둠을 견뎌온 그녀의 깃털이 반짝거린다
수많은 새들이 굳었던 날개를 활짝 펴고 창문 밖으로 훨훨 날아오른다
- 계간 『시와세계』 2014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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