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윤 시인 / 주인 없는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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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윤 시인 / 주인 없는 프로필
그가 나의 얼굴을 유행에 물들이기 시작한다 나는 그의 펜 끝에 짓눌려 한 톨의 살 냄새도 싹 틔우지 못한다
나의 하루는 누구와도 스스럼 없이 꽃향기 나눠 마시며 울다, 웃다 어디선가 날아든 휘파람새와 반쯤 벌어진 석류나무 아래 새벽 닮은 침묵 하나 잉태했었다
그는 내 날개에 금빛칠을 하고 온 몸을 액세서리로 칭칭감아 전시장으로 내몰았다 그는 치렁대는 장신구 앞에 홀로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운다
내 날갯죽지 본능은 분홍 리본 풀어 헤치고 도서관에 처박힌 내 안의 미라를 흔들어 필사적으로 날아오른다
거리는 패션이 넘쳐나지만 향수병 속엔 향기가 없고 언제부터인가 애인 입술엔 키스가 살지 않는다
이력서에 시인이 넘쳐나지만 시집 속엔 나의 속살이 없고 숲 속 난쟁이들 허풍이 널브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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