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이경준 시인 / 마리모

파스칼바이런 2025. 9. 5. 20:37

이경준 시인 / 마리모

 

 

 태어날 때부터였어 푸른꿈이 가시처럼 돋아나는 것은 혈관을 따라 흐르는 혈구 알알이 모두 꿈의 씨앗이었어 동그란 몸뚱이는 처음부터 푸른 꿈이 돋친 덩어리로

 

 가슴에 빼곡한 꿈의 가시는 자라고 자라나 가지가 되어 자꾸 자꾸만 희망을 열고 맺었어 빽빽하게 꿈과 희망으로 숲이 우거진 가슴 속엔 바늘 같은 빛줄기 하나 꽂지 못했고

 

 상쾌한 물속에서 우람한 꿈덩이로 자라나서는 곧 누군가의 희망이 되었어 나는 매끈하게 반짝이던 금붕어를 사랑하고는 매일 연둣빛 희망과 꿈을 떼어주며 어느 날엔가 빛이 마음에 떨어졌고

 

 유유히 흔드는 지느러미마다 꿈과 희망을 떼어낸 자리에 빛만 쏟아지던 나날이 지 나고도 혈구는 쉬지 않았어 우아한 뒷모습이 몇 번 쓸고 지나간 나는 빛나는 그림자를 갖게 되었고

 

 슬그머니 흔들리는 시절을 건너 마침내 닿게 된 너는 얼마나 많은 꿈과 희망을 키우고 떼어냈을까 선녀처럼 빛나는 푸르른 그림자가 조금씩 흔들리고 빛나는 자리마다 우리는 손깍지 끼우며 동그랗게 포개지고 포개지고 포개지니

 

웹진 『시인광장』 2023년 8월호 발표

 

 


 

이경준 시인

2014년 《서정시학》겨울호 신인상에 당선되어 등단. 현재 남양주 진접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재직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