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김옥진 시인(고창) / 기도 외 1편

파스칼바이런 2025. 9. 5. 21:05

김옥진 시인(고창) / 기도

 

 

소유가 아닌 빈 마음으로

사랑하게 하소서

 

받아서 채워지는 가슴보다

주워서 비워지는 가슴이게 하소서

 

지금까지 해왔던 내 사랑에

티끌이 있었다면 용서하시고

 

앞으로 해나갈 내 사랑은

맑게 흐르는 강물이게 하소서

 

위선보다 진실을 위해

나를 다듬어 나갈 수 있는 지혜를 주시고

 

바람에 떨구는 한 잎의 꽃잎일지라도

한없이 품어 안을 깊고 넓은 바다의

마음으로 살게 하소서

 

바람 앞에 스러지는 육체로 살지라도

선(善) 앞에 강해지는 내가 되게 하소서

 

크신 임이여 그리 살게 하소서

 

철저한 고독으로 살지라도

사랑 앞에 깨어지고 낮아지는

항상 겸허하게 살게 하소서

 

크신 임이시여

 

 


 

 

김옥진 시인(고창) / 촛불의 독백

 

 

자그마한

접시 위에 나는 홀로 서 있어요

불을 밝히고서

 

내 몸이

불을 토해 주위가 밝아지면 어둠은 내가 무서워

저만치 도망가요 아주 머얼리로

 

뜨거움에

뜨겁게 내 몸이 녹아 흘러 내 키를 작게작게

만들어 가도 나는 빛의 요정 행복해요

 

사르고 또 살라

태우던 몸마저 사루어 내 자태 흔적 없어도

나는 찬란한 빛을 품은

 

영원한 빛의 요정

행복한 빛의 요정

 

 


 

김옥진 시인(고창)

1962년 전북 고창 출생. 1993년 『시문학』 등단. 1993년 곰두리 문학상 시 부문, 1999년 곰두리 문학상 동시 부문 수상. 소년소녀가장, 독거노인돕기 <사랑가꾸기> 운영. 시집 『용복 마을의 겨울』, 『침묵 그리고 반란』, 『배추꽃과 배추흰나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