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덕 시인(운중) / 여름날의 동백 외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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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덕 시인(운중) / 여름날의 동백
어느 봄날이었던가 계절을 초월한 시들지 않는 꽃송이가 수줍은 소녀처럼 안부를 묻습니다
화사하지도 요염하지도 않은 그 꽃잎의 하얀 미소는 여리기만 하여 내 가슴에 작은 떨림을 안깁니다
여름날 한 잎 두 잎 속마음 비추듯 심장의 고동 소리가 우렁하더니 열망이란 미명아래 고개 떨굽니다
얼마나 외롭고 그리웠으면 제 마음 다 주겠다는 그 가득함이 나의 심금을 울리고 말았습니다
결국 가을날 별빛을 사랑한다는 몸짓으로 파르르 떠는 노래를 부르고 만 꽃잎
또다시 겨울 이야기꽃을 피우려 미덥지 못한 바람을 어르고서 시인의 가슴을 뜨겁게 달굽니다
김재덕 시인(운중) / 말 못할 비애
몇 해 전부터 웃기는 글이나 쓰던 내가 빛 좋은 개살구를 삼킨 날부터 삶의 여백을 글로 채울까 싶어 감성과 시어를 막무가내 잡아다가 감칠맛 나는 매운탕을 끓이고 밥을 지어 막걸리랑 미소짓고 싶었다. 아뿔싸, 국물은 맹탕이고 거기에 밥을 말아 먹자니 눈살이 찌푸려지고 양심이 매스껍고 거북스러운지 집어치우란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못 할 것도 없었다. 이를 어쩐다. 양념을 덧칠하고 간을 요리조리 맞춰본들 강아지 호기심 정도의 걸음이다. 남들은 잘만 짓고 끓이고 비벼대고 볶아서 기름기 번지르르 하는데 종자가 안 좋은 건지, 밭이 안 좋은 건지 좀처럼 글 밥은 가마솥 밥맛이 아니었다. 아니, 지나던 똥개도 거들떠보지 않을 맛이었다. 그렇다고 남 탓도 아니니 어디 하소연 풀 곳도 없어 골몰해봐도 네까짓 게 헛물켜듯 건초가 타다 마는 꼴이니 딱히, 내밀기도 어정쩡 맛을 소갈머리 없이 자랑질하듯 한 나의 졸렬함이 낯부끄러웠다.
허물을 감추려면 더욱더 거짓으로 채워야 하듯 일말의 양심적인 알맹이가 저 멀리 굴러 간 꼴이었으나, 그래도 그렇지, 꺾이지 말자! 깃발을 세우고 이왕 글 밥과 국을 요리해보기로 했으니 호박이라도 만져봐야 지란 번갯불 같은 열정의 고뇌에 모빌을 칠하여 턱 하 니 비우는 자세로 방법을 달리해보니 어라! 어설프게나마 맛이 은은해진다. 아하, 흐르는 강물처럼 때론, 거친 풍랑처럼.. 고요 속에서도 신명 나게 노니는 구름과 바람,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의 맛 정도의 환상적인 글 밥은 아닐지라도 경험했던 희로애락 그 감각을 되살려 꿈을 그리기까지와 설익은 땡감 맛일지언정 햇볕과 바람에 잘 익혀 숙성되기까지는 아궁이의 연기와 열기에 눈물 콧물 더 빼더라도 난 그 글 밥과 국을 맛깔스럽게 짓고 끓이는 요리사가 되어 만인의 입맛을 일깨우고 싶다.
김재덕 시인(운중) / 정답도 없건만
간절곶 해맞이도 문텐로드 풍광도 나에겐 아픔이었습니다
열린 공간임에도 가슴은 부서진 고드름같이 모가지 떨군 동백꽃의 멸진이었기에
잊히지 않을 기억을 지워야 하는 눈빛 파도가 해변열차가 아우른다고 하여 아린 심장 햇살이 스밀까
까마귀 까라는데 청설모가 씨부렁댄다
마음 벗지 못할 거면서 속 후비게 옭아매는 샛별 같은 전율 건네며 진실 없는 아집이 봉착했을지도 파도야
부숴버려라 헛된 망상을 빛 좋은 개살구 같은 사랑을 가슴에, 석양에 윤슬처럼 뿌려버려라
뱉지도 삼키지도 못할 숨결이 머문 그곳 나에겐 아픔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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