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김혜숙 시인(강릉) / 내가 그대에게 가는 것은

파스칼바이런 2025. 9. 6. 20:54

김혜숙 시인(강릉) / 내가 그대에게 가는 것은

 

 

내가 그대에게 가는 것은

그대를 용서하려 함입니다.

 

우리의 오랜 이별 동안

잎 떨어진 나무에 내려와

찬란하게 걸리는 별빛을 보았습니다.

 

이리 저리 부대낀 빈 뜨락에

축복처럼 내리는 달빛도 보았습니다.

 

부끄러워 얼굴 못 드는

벗은 내 몸 위에

천천히 덮여지는 어둠도 보았습니다.

 

그리고 또 보았습니다.

눈부시게 웃으며 나의 잠을 깨우는 햇볕도

 

내가 그대에게 가는 것은

나 또한 그대에게

용서 받으려 함입니다.

 

 


 

김혜숙 시인(강릉)

1937년 강원도 강릉 출생. 이화여자대학교 국문과 졸업. 서울진명여고, 대구신명여고에서 교직 생활. 1981년 제26회 현대문학상 수상. 시집 <예감의 새> <잠 깨우기> <술래잡기> <그림 그리기> 등. 1981년 제26회 현대문학상 수상. "청미' 동인으로 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