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충성 시인 / 마지막 사랑 노래 외 4편
|
문충성 시인 / 마지막 사랑 노래
젊은 날부터 나의 우주였습니까 나의 하늘 어딜 가나 언제나 만날 수 있었습니까 목이 말라도 배가 고파도 행복했습니까 마지막 고갯길 넘어가며 숨 막히며 오늘도
당신을 그리워합니까 반세기를 함께 살면서 사랑하고 때로 싸우면서 눈물이 마르도록 그 사랑 완성하지 못했습니까
저무는 날 나 병들어도 처음대로 눈뜹니까 하늘이 땅이 검게 누렇게 마침내 내가 꿈꿔온 나의 우주가 한 잎 영원이 그리움이 됩니까
아아! 사랑하는 이여! 꽃이 져도 아름다운 색깔 지닌
꽃씨 남기듯 개가 허공을 날다 떨어져 죽어도 새하얗게 허공 한 녘에 빛나는 슬픔 남기듯
문충성 시인 / 동동
파란달빛소리 파르르 눈 떴다
아무런 생각은 잠자고
방 하나 그득 넘쳐난다 달빛이
파랗게 떠간다 파랗게 아무런 생각이 동동
문충성 시인 / 깅이통과 조수웅덩이
현기영 작가는 깅이통이라 말씀하시고 임형묵 감독은 조수웅덩이라고 말한다 현기영 선생은 깅이영 보말이영 쓰시고 임형묵 선생은 조간대에 엎드려 살핀다
조수웅덩이 물고기들은 하늘의 별을 보고 하늘의 별들은 조수웅덩이 눈빛들을 본다 이름만 불러봐도 꿈틀꿈틀 움직이는 것들 두줄베도라치, 앞동갈베도라치, 풀비늘망둑, 동갈자리돔, 범돔, 납작게, 사각게, 바위게, 참집게, 갯강구. 갯지렁이, 고둥, 군부, 갯민숭달팽이, 말미잘, 비늘베도라치, 푸른테곤봉멍게, 지충이, 저울베도라치, 대강베 도라치, 군소, 파랑갯민숭달팽이, 흰갯민숭달팽이, 안개갯민숭달팽이, 망사갯민숭달팽이.....
임형묵 감독님의 다큐멘터리 영화 조수웅덩이, 바다의 시작을 다시 본다 날마다 보면서도 이름을 몰랐던 친구들 영화에 출연한 생물들의 이름만 불러도 바다의 시가 된다 문충성 시인의 시만 읽어도 바다의 시인이 된다 깅이, 보말, 물꾸럭, 틀, 보들레기, 메역, 감태, 몸, 점복, 굼벗, 어렝이, 맥진다리, 자리, 한치, 우럭, 볼락, 돌돔, 다금바리, 매역치, 붉바리.....
나는 오늘 문득 물고기자리였던 사람 잃어버린 당신의 이름을 다시 부른다 그 이름 위로 파랑갯민숭달팽이가 꽃처럼 피어난다 바위게가 당신의 이름을 뜯어먹는다 솜털꽃갯지렁이가 당신의 날개를 펼친다
바다에서 점점 멀어지는 게 들의 이름 바위게 무늬발게 사각게 말똥게 붉은발말똥게 그리고 좁쌀무늬총알고둥
말똥게들이 똥깅이 똥깅이 이름을 부르며 따라온다 출물고둥, 끄덕새우, 총알고둥, 점망둑, 검정망둑, 기수갈고둥, 눈알고둥 그리고 끝없이 따라오는 갯갈구들
나는 오늘도 깅이통과 조수웅덩이에서 바다를 연습하고 있다 헤엄 연습을 하고 있다 바다에서 하늘이 보이고 하늘에서 바다가 보인다
문충성 시인 / 한때
한때 밥보다 시가 더 소중했다 한다 요즘 시는 밥보다 못하다 한다 그러나 밥만 먹고 사는 사람들도 때로 시를 읽는다 한다
문충성 시인 / 제주바다1 누이야 원래 싸움터였다 바다가 어둠을 여는 줄로 너는 알았지? 바다가 빛을 켜는 줄로 알고 있었지? 아니다 처음 어둠이 바다를 열었다 빛이 바다를 열었지 싸움이었다 어둠이 자그만 빛들을 몰아내면 저 하늘 끝에서 힘찬 빛들이 휘몰아와 어둠을 밀어내는 괴로워 울었다 바다는 괴로움을 삭이면서 끝남이 없는 싸움을 울부짖어왔다 누이야 어머니가 한 방울 눈물 속에 바다를 키우는 뜻을 아느냐 바늘 귀에 실을 꿰시는 한반도의 슬픔을 바늘 구멍으로 내다보면 땀냄새로 열리는 세상 어머니 눈동자를 찬찬히 올려다보라 그곳에도 바다가 있어 바다를 키우는 뜻이 있어 어둠과 빛이 있어 바닷속 그 뜻의 언저리에 다가갔을 때 밀렸다 밀려오는 일상의 모습이며 어머니가 짜고 있는 하늘을 제주 사람이 아니고는 진짜 제주바다를 알 수 없다 누이야 바람 부는 날 바다로 나가서5월 보리 이랑 일렁이는 바다를 보라 텀벙텀벙 너와 나의 알몸뚱이 유년이 헤엄치는 바다를 보라 겨울날 초가지붕을 넘어 하늬바람 속 까옥까옥 까마귀 등을 타고 제주의 겨울을 빛는 파도 소리를 보라 파도 소리가 열어놓는 하늘 밖의 하늘을 보라 누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