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엄기원 시인 / 아름다운 세상 외 9편

파스칼바이런 2025. 10. 10. 08:00
엄기원 시인 / 아름다운 세상

엄기원 시인 / 아름다운 세상

 

 

날마다 날마다

눈을 뜨고 둘러보면

세상 모두가 아름답다.

 

날마다 날마다

나도 모르게 조금씩 변해가는

계절의 모습도 아름답고

 

계절따라 변해가는

자연 속의 모든 것도

아름답다.

 

내가 쓰는 동시도

아주 조금씩

변해가고 있을 거야.

 

-동시집 <너희가부럽다>에서

 


 

<동시>

엄기원 시인 / 바다는 그 많은 물을

 

 

바다는 그 많은 물을

한데 모아

상하지 않게 짭짤하게

간을 해 두고

 

그래도 상할까봐

시원한 바람으로

출렁출렁 흔들면서

 

그래도 상할까봐

물고기떼 키우고

물풀을 키우면서

잘도 간수하고 있네.

 

바다는

그 많은 물을.........

 

 


 

 

엄기원 시인 / 지푸라기

 

 

'지푸라기’

언제 어디서 누구한테라도

별 대접 받지 못하는

 

‘지푸라기’

시골 농삿집 마당이나 뒤란에

혹은 길거리 개똥밭에

밟히고 날리는

 

그렇게

그렇게

대접 받지 못하는데

 

사람들은

마지막 위급한 지경이면

꼭 찾는 너!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지.”

 

 


 

 

엄기원 시인 / 깜빡 잊고

 

 

나 어렸을 적엔

노는 데

정신이 팔려

 

오줌 누는 것도

깜빡 잊고

 

밥 먹는 것도

깜빡 잊고

 

노는데

정신이 팔려

 

학교 숙제도

깜빡 잊고

 

어버이날 카네이션도

깜빡 잊고......

 

나는 그렇게 자랐지요

 

 


 

 

엄기원 시인 / 고양이

 

 

토끼보다

작은 놈이

 

어쭈구리

제법

호랑이 모습을......

 

“야옹-”

 

이게 무슨 소리야?

“어흥!”

해야지.

 

 


 

 

엄기원 시인 / 팔랑개비

 

 

할머니는

‘바람개비’를

‘팔랑개비’래

 

내가 틀렸다고 해도

계속 팔랑개비래

 

내가 슬슬

따라해 보니

표준말 ‘바람개비’보다

 

사투리말

팔랑개비가 더 좋아

진짝 팔랑개비 같애

 

-동시집 <팔랑개비>에서

 

 


 

 

<동시>

엄기원 시인 / 어머니 말씀

 

 

얘야,

거리에 나가면 차 조심해라.

 

너무 늦지 않게

돌아오고.

 

얘야,

음식 좀 천천히 먹어라

덜렁대지 말고.

 

그 말씀

하나하나 꿰어

목걸이를 만들고 싶어요

 

 


 

 

엄기원 시인 / 어머니는 언제나

 

 

어머니는 언제나 그러셨어요

내가 어렸을 적에

 

따뜻한 아랫목엔

나를 재우고

어머니는 윗목에

누우시면서

 

"나는 시원한 데가 좋단다."

 

어머니는 언제나 그러셨어요

내가 어렸을 적에

 

구운 생선 살코기는

나만 주시고

어머니는 뼈다귀만

빠시면서

 

"나는 생선뼈가 맛있단다."

 

 


 

 

<동시>

엄기원 시인 / 이름

 

 

병아리 병아리

참 귀엽다

강아지 강아지

참 귀엽다

그 이름 모두.

누가 지었지?

 

방울꽃 방울꽃.

참 예쁘다.

토끼풀 토끼풀

참 예쁘다.

그 이름 모두

누가 붙였지?

 

 


 

 

엄기원 시인 / 너희가 부럽다

 

 

참새는 태어날 때

"짹짹"

엄마한테서 배운 말 한마디

 

고양이는 태어나면서

"야옹ㅡ"

엄마한테서 배운 말 한마디

 

그걸로 평생

즐겁게 살아간단다

 

나는 온갖 말 다 배우고

학교 공부

학원 공부

숙제 공부

하루도 놀 수 없네

 

참새야~

고양이야~

너희가 부럽다.

 

 


 

엄기원(嚴基元) 시인

1937년 강릉 출생. 강릉사범. 명지대 국문과 졸업. 동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196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 등단. 한국문학상, 방정환 문학상, 제6회 펜문학상 수상. 한국문인협회 이사, 고문.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심의위원장(이사 역임) 현 아동문학세상 발행인. 한국아동문학연구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