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구 시인 / 천심을 대행하는 동심 외 10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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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구 시인 / 천심을 대행하는 동심
봄 가뭄이 너무 심합니다 저수지 바닥이 드러나고 텃밭에 먼지가 날립니다
"비비 비 좀 내려주세요 하나님" 내가 기도하는 소리를 무심결에 종이배 접고 종이비행기 날리던 나의 증손자 도윤이가 들었는지
종이를 잘게 찢어 땅바닥에 훌훌 흩뿌리며 "할아부지 비 와요 비님이 오셔요" 그러네,
정대구 시인 / 시집
전화를 받았다 자기시집을 보낼 테니
만원을 송금하라고 좋은 데 쓸 거라고
시집이 하 안 팔리니 그럴 수 있겠다
좋은 데 쓸 돈이라는데 그래 좋다 했다
정대구 시인 / 빛이 부서지는 밤
유리창 방충망에 들이친 빗방울 매달려
새카만 바람결에 반짝반짝 흔들리는 빛
이슬방울 같은 맑은 보안등 불빛 부서져
자글자글 잔 변방 별빛처럼 불안한 한밤
정대구 시인 / 5월 5일
눈이 싱그롭고 환하다
코가 싱그롭고 환하다
맘이 싱그롭고 환하다
싱그롭다 연두색 새싹
정대구 시인 / 키보드 앞에서
무엇인지 쏟아낼 게 많은 것 같은 생각에 벌떡 일어나 눈을 부비고 보니 새벽 03시 컴퓨터를 부팅하고 키보드 앞에 앉아본다 05시까지 생각들 다 어디 갔나? 종적묘연
정대구 시인 / 비몽사몽
누군가에게서 약을 받았다 꿈이다 아하 그렇다 오늘 약 타는 날인데 날짜를 잊을까봐 미리 알려주려는 어떤 예언가인가 꿈, 잠재의식인가
정대구 시인 / 화성읍내가 주는 반응
방금 선생님 메일을 보고 방방 뛰었어요 좋은 아침 기분이 상승되는 소식이네요 읍내라는 화성인이라는 단어에 반했어요 어쩜 무슨 시험에 합격한 느낌을 주네요
*강희산 시인이 보내온 메일 내용을 운문화함
정대구 시인 / 물각유주
아내가 두릅 순 손질하기 귀찮다 내다버려라 해 한 시간도 넘게 어렵게 딴 두릅 순 차마 아까워 그럼 내가 하지, 남자가 쪼잔하게 뭐 하는 짓거리 이를 어쩌나, 오 다행히 지향이 다듬어 먹겠다네
정대구 시인 / 투표
“그놈이 그놈이라고 투표를 포기한다면
제일 나쁜 놈이 다 해먹는다” 함옹의 말
아내에겐 안 통해 시끄럽다 그만 어허,
끝내 투표를 거부하고 낮잠만 쿨쿨 쿨
*고 함석헌 옹의 어록
정대구 시인 / 캄캄한 한밤에 홀로 깨어 앉아 듣는 소리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 속에 들리는 소리
지구가 돌아가는 소리 위이이잉 위이이잉
나무들이 물 길어 올리는 소리 쭈욱쭈욱쭉
젊은 엄마 뱃속에서 아기 노는 소리 쿵쾅쿵
정대구 시인 / 한내서왕寒來暑往 하는 기러기에 대한 궁금증
기러기 고향은 남쪽인가 북쪽인가
찬 겨울에 왔다가 봄 되면 돌아가
철새들의 이동 피한인가 피서인가
집은 있나 없나 잠은 어디서 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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