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호 시인 / 땅끝에서 온 편지 외 6편
|
김인호 시인 / 땅끝에서 온 편지
땅끝 거기 두고 온 내가 편지를 보내왔다 다 버리고 돌아와서 흔들리는 남해 저 섬들 끌어안고 동백꽃 피워 환한 노래 부르며 아무런 욕심 없이 살리라고 땅끝 그 바닷가에서 손가락 걸던 내가 나에게 편지를 보내왔다 네가 정녕 나를 아느냐 -시집 '땅끝에서 온 편지' 중에서
김인호 시인 / 난감하네
가지 찢어지게 주렁주렁 매달려 애썼다 장하다 다독이는 손길 한 번 받아보지 못하고 속절없이 말라가야 하는 저 감들을 쳐다보기도 난감하고 10킬로 오천 원 똥값에 따는 값도 나오지 않아 버려진 저 감들 주인이 누군가 묻기도 난감하네 감나무 너머로 바라보이는 왕시루봉도 한 말씀 건네기 난감하여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시고
-시집 <섬진강 편지>에서
김인호 시인 / 다시 강가에서
다들, 그랬던가 한 번 흘러간 강물은 다시 오지 않는다고 이 강물은 어제의 강물이 아니라고 이 바람은 어제의 바람이 아니라고
아니다 아니다 강물은 어제의 그 강물인데 바람은 어제의 그 바람인데 마음만이 이 마음만이 어제의 마음이 아닌 것이리’
김인호 시인 / 누름돌
어쩌다 강가에 나갈 때면 어머니는 모나지 않은 고운 돌을 골라
정성껏 씻어 오셨다
김치의 숨을 죽여 맛을 우려낼 누름돌이다 산밭에서 돌아와 늦은 저녁 보리쌀을 갈아낼 확돌이다
밤낮 없는 어머니 손때가 묻어 반질반질한 돌멩이들이 어두운 부엌에서 반짝였다
그런 누름돌 한개 있어 오늘 같은 날 마음 꾹꾹 눌러놓으면 좋으련만 난 여직 그런 누름돌 하나 갖질 못했구나.
김인호 시인 / 눈물이 마르지 않는 날들
눈물 마르지 않는 날들이다 군복무를 위해 바다로 나갈 아이를 훈련소에 남겨두고 돌아오는 마음도 눈물에 젖는다 무엇을 위해, 그 무엇을 위해 너희 젊음을 바치라고 말할 수 있을까
누구를 믿고 누구를 따르라고 할 수 있을까 '말 잘 듣고 시키는 대로 잘 해라' 그 말을 차마 할 수도 없어 그저 어깨 한번 두드려주고 돌아서 오는 길 흥건히 젖은 눈물빛 바다가 새삼 서럽다.
김인호 시인 / 두루미천남성 -그대 생각
그대 자리 온기는 그대로인데 손 내밀어 보면 그대는 없고
점, 점, 희미하게 지워져 가는 따뜻했던 날들의 추억
그대는 지워 버렸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차마 지울 수 없구나
해 설핏 기울고 더는 기다릴 수 없어 날아올랐지만 떨칠 수 없는 그대 생각
-포토포엠 『꽃 앞에 무릎을 꿇다』 (눈빛, 2009)
김인호 시인 / 달뜬 마음*
보름달빛 하도 불러 따라나섰더니 송림 앞강에 휘영청 뜬 달
섬진강 물결에 달그림자 흔들릴 때마다 따라 일렁이는 내 그리움
달뜬 마음, 마음이 달뜬다는 말 딱 이 마음이렷다.
*달뜨다 : 마음이 가라앉지 아니하고 조금 흥분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