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윤덕 시인 / 어머니의 말씀 외 7편
|
양윤덕 시인 / 어머니의 말씀
친구하고 다투고 혼자 앉아 있을 때 어머니가 가만히 들려주신 위로의 말씀
지난 일에 오래 붙들려 있지 마라 뒤를 자꾸 돌아보며 힘들어하지 말고 강물처럼 앞으로 즐겁게 흘러가는 거야
어머니의 말씀이 다독다독, 다독다독 내 마음을 다독다독, 다독여 주네
<동시> 양윤덕 시인 / 동시
동시는 하늘과 땅에 놓은 디딤돌 어린이나 어른이나 풀, 꽃, 개미, 하늘, 해, 달, 별 모두 딛고 가는 마음의 길 울고, 웃고 행복한 이야기 슬픈 이야기도 함께 나누며 누구나 친구 되어 함께 걷는 길.
<동시> 양윤덕 시인 / 둥지
나무 위에 둥지 하나 등불처럼 걸려 있어요
아빠, 엄마, 아기 새 짹짹짹 오손도손 행복이 자라고 있어요
우리 마을을 환하게 밝히고 있어요.
양윤덕 시인 / 흐르는 물
뒤를 돌아보지 말고 흘러가야지 돌멩이가 날을 세워 겨냥을 하든 손들이 돌멩이를 던져 파문을 일으키든 무감각한 거야
웅덩이에 모여 독을 키우는 그 속에 붙들리기 전에 생각이 가는대로 가고 있는 거야
순간 펼쳐든 너울너울 생각의 날개 접히기 전에 이 자유를 즐겨야지 달려가는 아득한 저 자유 속으로 혼신을 다 해서 흘러가야지
양윤덕 시인 / 여보
가슴에 붉게 던진 그 첫말이 잔잔히 파문으로 번졌네
짧은 그 한 마디에 사랑한다는 내 곁이라는 당신을 믿는다는 마음이 다 들어있네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말
풋내나고 수줍던 그 말이 어느덧 무르익어 당신이라는 말로 서로에게 화답을 하네
둘 사이만 부르는 여보! 이제는 둘이 아닌 하나가 되었네
풋감처럼 설익은 그 말 하루하루 그의 체온으로 무르익어 따뜻한 단물이 고이네
양윤덕 시인 / 바람의 징검다리
베이커리를 지나 아로마 향기를 기우뚱 지나 갓 볶은 커피숍 앞에서 잠시 정지 다시 만두집 앞을 펄쩍 뛰어 건넌다
이 냄새의 징검다리는 바람이 놓은 것들 혹은 공중의 폭을 가로지른 것
꽃들을 성큼성큼 밟고 건너는 봄볕들과 잠시 수다를 떠는 바람의 징검다리들 잇따라 나타났다 후각과 후각이 맺은 계약만 확산된다는 어감에 붙들려 순간을 딛고 있는 것들 문득 비틀거리는 결을 보았지 계절이 후기를 읽는 묵독 같은 벚나무 가지에 알전구같이 어제와 오늘이 달린다
새들이 일으킨 바람이 어지럽다 시작은 징검다리를 넘어서 징검다리 안에 있다 걸어온 뒤도 앞도 형체가 없이 존재하는 듯 가끔 아주 먼 기억자리 징검돌을 놓아주는 이 친절 혹은 불친절.
양윤덕 시인 / 풀들이 살찔 때
염소가 울면 아직 여린 풀들은 화들짝 정신을 차리지 내리는 빗방울을 투정도 없이 받아먹고 훈훈해지는 훈풍도 열심히 받아먹어야지 그래야 통통하게 살이 찐 풀잎이 되지 염소의 허기를 채울 수 있지
봄의 새들, 그 울음소리에 애벌레들은 깨어나고 아니, 애벌레들이 잠에서 깰 때 새들은 울음을 시작하고 염소는 풀밭을 떠올리고 씨앗들은 수런거리는 것이겠지
살찐 풀은 염소의 뿔이 되겠지 아직 날개를 얻지 못한 애벌레들은 갓 부화한 새들의 날개가 되겠지 그럼 나는 몇 편의 텅 빈 종이를 들고 새들, 애벌레를, 살찐 풀과 염소를 불러들여야지
독식으로 나의 상상력을 살찌워야지 사전의 골방마다 누에고치처럼 잠들어 있는 굶주린 우화기가 있지
풀이 살찔 때 초식동물의 배가 불룩해지듯 맛있는 햇살을 뜯는 풀끝은 바쁘지 배고픈 것들이 있어 세상의 밥그릇은 달그락거리고 가장 크고 둥근 달은 가장 넓고 두꺼운 어둠을 먹었다는 환한 증거겠지
풀이 살찔 때 모든 꽃들은 피어나지
-시집 『풀들이 살찔 때』에서
<동시> 양윤덕 시인 / 사탕 먹는 어둠
큰길 가 어둠은 알사탕 먹고 싶어 밤을 무척 기다린대요
밤이 되면 가로등은 주황, 초록, 하양...... . 줄줄이 막대 사탕 되거든요
그럼 어둠은 밤새 그 사탕을 다 녹여 먹고 아침이면 막대기만 덩그러니 놓고 간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