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설희 시인 / 견고한 유리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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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설희 시인 / 견고한 유리
호텔 온탕에서 유리 밖을 본다 먹구름이 하늘을 덮은 채 어디론가 떠간다 시커먼 바람에 소나무 대나무 가지 채 흔들린다 대나무 밑에 작은 풀들도 몸서리친다 비마저 뜀박질이다 초롱꽃도 불안한 종소리를 낸다
구름이 검은 한 바람은 멎지 않는다
유리 밖의 일이다 아니 유리 안의 일이다
수증기가 낮게 피고 늘어지게 피로를 푸는 사람들이 눈을 감고 있다
물속은 봄날처럼 늘 푸근하다
눈은 감을수록 이기적이다
차가운 비가 서로 엇갈리거나 마주치거나 구름이 어디로 흐르거나 사라지거나 낮은 풀들이 소문 쪽으로 눕거나 쓰러지거나
감은 눈을 뜨고 싶어 하지 않는다
쏠리는 바람은 빨간 파란 녹색 현수막을 흔든다 00당00당들도 같이 능청거린다
저 먹구름이 언제쯤 벗어나려는지 바람은 언제쯤 잦아질지 감은 눈은 언제쯤 뜨려는지
곧 선거일이 다가온다는데
김설희 시인 / 소금을 바다로 되돌려주기
목구멍이 뜨끔거리는 건 감기의 징조이죠
아무 데서나 기침이 나고 머리가 지끈거리는 감기의 특징을 일기장에 기록하고 쓴 알약과 달콤한 시럽을 먹은 시간을 달력에 적었던 적 있어요
예방하는 방법도 경험으로 살 수 있죠 항아리에서 소금을 집어내는데 바이러스를 소금물로 잡을 수도 있다는 정보를 읽은 게 기억났어요
어느 여름날이었어요 굴뚝 연기가 앞산을 가리며 흐르는 저녁이었어요 심부름으로 장독대 소금 독에서 꺼내오던 조기가 떠오르는데 문득 흰 고무신을 즐겨 신으시던 할머니 생각이 났어요. 전 부치기 전에 뒤집은 솥뚜껑을 굵은 소금으로 문질러 닦았죠. 이가 아파도 잇몸이 부어도 우선 냄비에 소금을 녹이는 것부터 시작하셨죠. 종일 이가 아프던 날 소금물로 입안을 헹구고 퉤퉤퉤 세 번 뱉은 침을 바가지에 담아 동구 밖으로 갔죠. 별빛 유난히 반짝이는 밤이었죠. 돌아오는 길 빈 바가지 바닥에 소금 찌꺼기들이 북두칠성처럼 반짝이고 있었어요
할머니의 그 비법은 밤바다 파도 속으로 소금을 되돌려주는 일이었어요
-웹진 『시인광장』 2024년 1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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