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효 시인 / 아직은 모른다 외 6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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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효 시인 / 아직은 모른다
울타리를 넘기 전까지 염소는 온순했다 의심하기 전까지 거짓은 단순했다 무서워지기 전까지 표정은 희박했으며 선택하기 전까지 분명히 기회가 있었다 말하지 못해서, 말보다 자신이 더 확실해서 드러나기 전까지 증거는 숨어 있었다 날씨가 되기 전까지 안개는 자유로웠고 외국인으로 불리기 전까지 그는 어느 도시의 시민이었다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이유가 부족했을 것이다 끝나지 않았더라면 짐작을 멈췄을 것이다 반복할수록 스스로 갇혀버린 생각에는 만족하기 전까지 계획이 없었다 포기하기 전까지 불안은 많았다 시작하는 순간부터 나는 여기서 살아왔고 돌아보는 모습을 붙잡으며 여전히 설명을 미루고 있다
-『세계일보/詩의 뜨락』 2023.11.10
정영효 시인 / 거기
그곳에서는 가장 현명한 사람을 거기라고 부르지 어딘가에 숨어 그곳을 구성하고 있다는
지금 거기가 필요해 너는 거기를 만나보는 게 좋겠다
그곳에서는 자신의 생활을 잃은 이들이 거기를 찾아 언덕을 넘는다
거기는 이름을 빼곤 모르는 사람이거나 이름만 알고 마주하는 곳 또는 모두가 인정할수록 채워지는 내용
아직 완성되지 않은 이야기 속에 자신을 보태면 거기는 분명한 사실로 자라기 시작한다
가장 먼저 보이므로 다른 것은 확인할 수 없는 언덕 너머
그곳에서는 거기를 찾지 못하고 돌아온 이들을 친구라고 부르지 실패가 계속 거기를 만들었기 때문에
여전히 거기를 원하며 거기에 대해 말하고 싶은
그곳에 사는 친구들이 많다
정영효 시인 / 티베트 티베트
티베트 티베트라고 중얼거리면 기침이 나온다 발바닥을 닦고 노래를 풀어놓고 반성이라는 불편한 예의를 생각하다 떠오른 말 티베트는 거친 숨을 발음하는 짐승들의 밀담과 짐을 베고 잠든 이들의 잠꼬대를 닮았다 누군가 그 뜻을 묻는다면 내가 없거나 우리가 없이 번역될 수 있는 씁쓸한 외래어 또는 지나간 이는 있어도 어디에도 없는 방향이라고 답할까 그러나 티베트 티베트라고 중얼거리면 숨은 무거워지고 몸이 거절하는 낯선 기후처럼 찾아오는 나를 용서하지 않은 순리들이 깨어난 건지 한 계절을 앓은 듯 혀끝이 답답해진다 나는 종교도 없이 이불 속에서 회개해 왔다 믿음은 오래된 추억 결심은 내일을 향한 안부 누군가 다시 티베트의 뜻을 묻는다면 불면을 만지며 자신을 의심하거나 과거에 기웃거리는 밤이라 답할까 지구의 그림자를 진 달은 더디게 흐르고 티베트 티베트 나는 천천히 내게 귀 기울인다
정영효 시인 / 짐작하는 날들
다시 물어보기 위해 계속 짐작했다 의자에 앉으면 밀려오는 졸음에 대해 반대편에서 이어지는 평화에 대해
주택가를 무심히 지나는 고양이의 눈빛처럼 의시미을 둔 채 확실해지는 것들을 믿지 않았다
문 앞에서는 매일 가능성과 마주쳤다 걱정을 알면서 우연을 내밀고 우산을 준비하면서 모자를 준비하고
무언가 일어날 거라는 생각으로 안도했지만 바람의 끝을 구름이라 부르거나 모래에서 기록을 찾은 식으로 비슷하게 시작해 조금 다른 이유로 끝나는 건 단지 비슷한 일로 남겨두었다
거짓말을 구해 아무데에나 숨길 수 있었고 고개 숙이는 혹은 고개 돌리는 내게 짐작하는 동안 낮게 말했다
나에 대한 확신은 반복되는가 경험적인가 그리고 무력해지는 참으로 돌아와 차츰 잊어버렸다 조금씩 다른 생각들이 쌓인 곳에서 다시 물어보기 위해 계속 짐작할 뿐이었다
-시집 <계속 열리는 믿음> 에서
정영효 시인 / 같은 질문들
폭설에 오랫동안 고립되었다 길이 막혔고 음식은 모자랐고
지금 필요 없는 사람은 누구일가 여럿이 누군가를 의심하기 시작했을 때 우리는 서로에게 대다수가 되었다
예외 없이 걷다가 예외 없이 고민했다 사방은 흐릿한데 눈빛은 뚜렷해져서 우리가 스스로 이유로 남을 수 있게
우리는 여럿으로 소요되었다 여태 함께 모았던 대화가 기억나지 않았다 눈발이 사납게 올수록 발이 무거워졌고 선택은 힘들었으므로
예외 없이 주저하다 예외 없는 암묵에 동의했다 여기서 꼭 필요한 사람은 누구일까
반대로 다시 묻기 시작했을 때 우리는 가장 가까워지고 있었다
-시집 <계속 열리는 믿음> 에서
정영효 시인 / 한쪽 빠르게 이해하려는 의견이다 사방을 놓치고 온 반대편이다 어려운 근처를 마주칠 때 꺼내야 하는 예상이다 오랫동안 의심하지 않는다면 갖고 싶은 기록이 나타나거나 펼치기 쉬운 대답이 기다릴 수 있지만 계획을 놓쳐버리는 순간 뒤를 감춘 채 목적은 다가온다 찬성을 기대하고 내놓은 방향이었는데 모든 걸 던져야 하는 출구 결과 대신 밀려오는 반목 계속 이어지는 선택에서 벗어나기 위해 최선의 예의를 찾아보는 동안 믿음은 기회를 알려주지 않는다 과정에 익숙해진 시작처럼 더하기가 힘든 나머지이다 방심을 지켜야 하는 결정이다 확신하면 할수록 이유로 돌아온다 -『현대시』 2022년 6월호 중에서
정영효 시인 / 언덕을 넘는 사람들
확실함을 믿지 않는 곳에서는 가장 현명한 해결책을 질문이라고 부른다 어딘가에 숨어서 이유를 구성하고 있다는 지금은 질문이 필요해 너는 질문을 만나는 게 좋겠다 그곳에서는 자신의 생활을 잃은 이들이 질문을 찾아 언덕을 넘는다 질문은 예상을 빼면 모르는 시작이거나 마지막을 떠올리고 마주하게 되는 자리 많은 걸 인정할수록 채워지는 내용 아직 완성되지 않은 결론 속에 자신을 보태고 나면 질문은 분명한 사실로 자라난다 가장 먼저 나타나므로 다른 의심은 확인할 수 없는 언덕을 뒤로한 채 그곳에서는 질문을 찾지 못하고 돌아온 일을 생각이라고 부른다 실패가 계속 목적을 만들었기 때문에 여전히 질문을 원하며 생각에 대해 말하고 싶은 그곳에는 다시 언덕으로 떠나는 이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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