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복 시인 / 들꽃 소망 외 7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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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복 시인 / 들꽃 소망
들꽃은 참 묘한 데가 있다 볼품없는 꽃 같으면서도 더없이 예쁘다. 세상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아도 슬퍼하지 않고 제자리 제 모습을 딱 지키고 있다. 티내지 않고 피어나고 더 조용히 지면서 세상에 없는 듯이 있다가 가는 꽃. 저만치 손짓하는 죽음의 종착역에 닿기까지 지상에서 나도 한 송이 들꽃만 같기를!
정연복 시인 / 단풍잎 하나
수많은 단풍잎이 달려 있는
한 그루 나무도 아름답지만.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그 잎들 중의
어느 하나에 다정한 눈길을 주어보라.
그대여 문득 놀랍지 않은가
한 그루 나무에 못지않은 한 잎 단풍잎의 생의 무게.
아기 손보다도 작은 몸속
얼키설키 새겨진 숱한 생의 흔적.
정연복 시인 / 단풍과 나
차츰차츰 곱게 단풍 물드는 잎들을
멀뚱멀뚱 쳐다보지만 말자.
저 많은 잎들은 빠짐없이 생의 절정으로 가는데
나는 이게 뭐냐고 기죽고 슬퍼하지 말자.
한 하늘 하나의 태양 아래 또 같은 비바람 찬이슬 맞으며
지금껏 하루하루 살아온 나무와 나의 삶인 것을.
이제 고운 빛 띠어 가는 나무의 한 생이라면
내 가슴 내 영혼 또한 아름다운 빛으로 물들어 가리.
정연복 시인 / 단풍
하루의 태양이 연분홍 노을로 지듯
나뭇잎의 한 생은 빛 고운 단풍으로 마감된다.
한 번 지상에 오면 또 한 번은 돌아가야 하는
어김없는 생의 법칙에 고분고분 순종하며
나뭇잎은 생을 접으면서 눈물 보이지 않는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의(壽衣) 단풍잎을 입고서
한줄기 휙 부는 바람에 가벼이 날리는
저 눈부신 종말 저 순한 끝맺음이여!
정연복 시인 / 들꽃1
밝음 가운데 환히 웃을 줄도 알고 어둠 속에 숨죽여 울 줄도 안다.
보드라운 햇살의 애무에 마냥 행복할 줄도 알고 찬이슬 묵묵히 온몸으로 받을 줄도 안다.
아무것도 모르고 힘도 없는 것 같으면서도 세상살이 희로애락 말없이 견디고 품을 줄도 안다.
정연복 시인 / 들꽃과 사람
하마터면 보지 못하고 지나갈 뻔한 들꽃아 좁쌀같이 작은 들꽃아 너는 어떻게 생겨나서 지금 여기에서 웃고 있는가. 나같이 작고 보잘것없는 들꽃 하나에 눈물짓는 사람아 마음 여린 사람아 너는 또 어떻게 생겨나서 지금 이 길을 걷고 있는가.
정연복 시인 / 서두름
철 따라 피고 지는 꽃들을 보라 서두르는 기색이라곤 눈곱만치도 없다. 하늘에 두둥실 떠가는 구름을 보라 서두름 없이도 제 갈 길 다 흘러서 간다. 조바심하고 안달하면서 서두르지 말자 꽃같이 구름같이 여유로운 마음으로 살자. 느긋한 마음 하나만 언제든지 지켜갈 수 있다면 나의 삶 나의 사랑은 두 배쯤은 더 좋아질 수 있으리.
정연복 시인 / 자존심을 굳게 세우는 시
길가의 작은 들꽃 한 송이를 보라 사람들의 눈에 겨우 띌까 말까 하면서도 기죽음이나 움츠림이 전혀 없다. 넓디넓은 세상에 꽃들 무수히 많이 있어도 나와 똑같은 모양과 빛깔의 꽃은 단 하나도 없다며 당당히 제자리 지키고 서 있는 들꽃 한 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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