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유태승 시인 / 별들이 내려와 외 3편

파스칼바이런 2025. 12. 5. 08:00
유태승 시인 / 별들이 내려와

유태승 시인 / 별들이 내려와

 

 

말복이 가까운

무더운 한여름밤에

하늘에서 별들이 내려와 나를 불러요

어머니가 그리워

가만히 앉은 황금 솔밭 길가에

은하수 별들이

진주가 되어 쏟아집니다.

별에 이끌려 하늘로 올라가고 싶어해요.

차라리 눈을 감아버립니다.

영롱한 별들이 밝게 빛나는

밤하늘로 어머니를 찾아가 날아가요

나를 찾아가요.

온 세상이 별천지입니다.

그리움을 품은 아름다운 별 세상요.

 

-시집 <어두워져야 빛나는 별처럼> 도서출판 도훈, 2018

 

 


 

 

유태승 시인 / 엄마 젖

 

 

청계산 떠오르는

보름달 야금야금 먹는다

사랑과 그리움으로

엄마 젖 자꾸만 먹으니

그믐달 되었다

 

그래도

더 허기진 모습으로

엄마 젖 찾아 먹는다

자꾸 먹으니

달 사라지고 말았다

 

나만 남은

외로운 세상 되고 말았다

 

 


 

 

유태승 시인 / 아카시아 꽃 필 무렵

 

 

흐드러지게 핀 아카시아 꽃

솔 향 냇가 따라

진하고 달콤한 꿀 향기 휘날리며

골짜기 채우더니

봄바람에 후두둑 떨어지며

날아가는 꽃잎들

아름다운 그리움 품었다

 

하얀 꽃잎은 수줍어

소나무 아래 살며시 숨어

보석이 되어있을 거야

 

아카시아 꽃 피면

눈물처럼 빛나는 보석이 된

그리움 자꾸 찾는다

꽃잎 물고 나도 그리움이 된다

 

 


 

 

유태승 시인 / 오래된 꽃은 향기가 깊다

 

 

나는 꽃을 바라보았다

피어나려는

수줍은 꽃이

아름다움 기다리게 하지만

향기는 없다

기다림은 향기가 없는가

 

나는 꽃을 바라보았다

활짝 핀 꽃에

벌 나비가 들락거리니

내가 향기 품을 시간이 없구나

꿀을 따 먹으며

바쁘게 우주가 움직인다

 

나는 꽃을 바라보았다

핀지 오래되어

벌 나비로 새로운 생명 잉태되니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꽃들을 품은

오래된 꽃은 진정 향기가 깊다

 

-웹진 『시인광장』 2024년 7월호 발표

 

 


 

유태승 시인

경기도 시흥 출생 . 서울시립대 졸업. 2013년 《자유문학》으로 등단. 저서로는 『별들이 빛나는 마루모테』 외 다수(10여권) 출판. 현재 한국 시인협회, 한국문인협회, 국제 펜 한국본부 회원. 주) 휘일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