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과니 시인 / 유리창 앞에서 외 6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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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과니 시인 / 유리창 앞에서
누가 내 유리에게 돌을 던진단 말인가.
초록 하나로 나무 지키려다 실패한 잎의 패주?
새가 날개 달고 날아갈 때 날개를 갖지 못해 그 자리에서 말라비틀어진 나뭇가지?
저 허망의 은거지인 낡고 헌 어느 가슴팍? 날개들의 거리 떠돌다 유리 속으로 숨어든 일생 무능력한 자서전?
그 밖을 지키는 그림자 한 잎?
번지르르한 시(詩)도 날개 끼고 날지 못하면 새에게 버림받은 나뭇가지처럼 제자리에서 말라죽는 법.
고독의 입구에서 고독의 출구까지 날아서 가리라. 한 그림이 시詩 울리려 용쓴다.
유리 깨기 위해, 창이 파닥거린다.
송과니 시인 / 문패
두고두고 마주쳐야 할 눈빛 새벽이 차라리 깜깜한 것도 아니고 확 깨버리게 환한 것도 아니다. ----------- 한사코 우겨대는 벽에 타서 꿀걱해버리고 메르 뜬뜬하게 거미가 거미줄 그네를 탄다. 꼬시랍구나, 세상.
송과니 시인 / 소녀가 흐른다
그리움은 깊은 추억이 뱉는 두꺼운 앨범이다.
15개 입춘은 반달 눈웃음치는 소년이 된다 아울러 25개 봄은 너울거려대는 WXY소녀가 된다.
설램은 스스로 자라고 시간은 따라서 안다. 달팽이 고리로 걸어 잠근 문 안에 든 더듬이 쫑긋한 벌처럼 우심방 좌심방 세계 건너다니다 문득 우주를 포옹한다. 어둠의 심연이 벅차게 두근거려댄다. 가쁜 심장 박동은 에로스의 영원한 원인인 거라고, 가히 치솟게 조각해 세운 둥든 모서리 돋친 벌침 끌고 다니는 말초신경. 하물며 웅크려댄 실루엣이 한순간 한 송이 꽃으로 화들짝 타오르는 게 아닌가, 우주에서 애써 가져온 불씨 다하여 밝힌 불꽃 든 까닭 전봇대는 발광의 깃발을 든다.
25개의 봄으로 진수한 나룻배에 15개의 입춘 --- 으로부터 던져진 소년을 주워 싣고 WXY소녀가 흐른다
깊은 앨범 뒤적거려대는 물결은 두껍게 치고.
송과니 시인 / 숲길
누가 왜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졌던 것인가. 한껏 호흡 짙어진 공기가 폐 속을 곰곰이 들락거리는 사이 지워지지 않는 파문이 많은 한 사내 나이는 고요로 가는 길 찾다가 깊어진 숲 나무속으로 이주하여 나이테가 되었지요. 참으로 별난 저 은신법, 어떤 비둘기가 구구구 파발을 이는 바람 편에 띄웠습니다. 그러나 잎들은 풍향의 화살 쏘지 않았고 오솔길은 동서남북을 저버렸습니다. 그런 오랜 숲의 충고 끝에 겨누는 짓 과녁적 화살표 둘둘 말아버림으로 말미암아 둥글어질 수 있음에 도달한 나이테. 이제 그대 파문 열어주오, 향하고 또 향하는 구애의 딱따구리가 여기 이르게 된 나무의 마음 연일 두드리고 있을 때 간직한 아픔의 어떤 무늬도 들키지 않으려는 숲 공기는 내 까만 그림자를 햇빛으로 표백하고 있었구요.
송과니 시인 / 지금은 내 심장이 고양이 방울 되는 시간이다
발이 붓이다. 나라는 존재 세상에서 적어주려면 발등에 털나게 걸어야 한다. 길아, 외치는 눈빛이 지상 비쳐보면, 킁킁거려대야 하는 일. 삶은 그러므로 눈 부릅뜨고 뒤져댈 것인가 말 것인가 적는 페이지다. 휘갈기리라. 길고양이 수염으로부터 서슴없이 유체이탈한 붓 위하여 달이 먹을 갈 때, 마구 두근거려 댐이라는 방울 울리며 발등에 수북이 털나게 내 심장은 걷고 걷는다.
송과니 시인 / 시(詩)한편 -반성을 위한 가나다라
가는 귀 먹은 바람으로 가리라 나침반 없이 가는 길에 안내자는 별이다 다갈색 천을 두른 그림자가 동행길에 나선다 라르고, 라르고 아주느리고 폭 넓게간다 마파람의 잔등 잡아타고 뒤따라오는 발소리있다 바짓가랑이 사이에서 온음표가 뿔을 세운다 사분음표는 희로애락 네 박자를 중얼중얼한다
아궁이 가슴에 불을 두고 떠나왔다는 노래다 차차도 꺼지지 않는 별들 그 상처투성이를 타고간다
카타르시스 감옥까지는 자그만치 평생이 걸리리라 타아의 바다 건너서 가야하기 때문이다 파구 구슬리며 라르고 라르고 갈등과 그 노래가 간다
하루하루 느리고 폭 넓게 기억의 물결은 철썩인다
*라르고 : 아주 느리고 폭넓게 연주하라는 뜻의 음악용어.
송과니 시인 / 홀몬전서 54장-슬픔 소독
날개는 연기에 다다라 마침내 성숙해지는 것. 그러나 신은 발설하지 않았다, 자신의 뼛속까지 감염된 비존재의 존재감도. 태양이 자릴 비우면 등을 돌려 검어졌다. 다시 태양 돌아오면 또 등을 돌려 하얗게 웃음 지어 보이는 존재를 뼛속은, 두 개의 심장 장착한 새라 칭한다. 닿고 닿고 닿아봐도 닿지 못할 거기 적셔줄 노래 쫓아서 매일 딴 별 바라보는 존재를 뼛속은, 365개 생각 은닉한 바람이라 칭한다. 신은 질렸다.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안개가 낀다. 새가 날고 바람이 불면 유령이 되는 존재 두 개의 심장과 365개의 생각 불태워주리라. 모조리 거둬 화장(火葬)하는 가슴의 불로부터 줄곧 피어난 이름 날려 보내며 귀로 균에 감염되지 않게 그를 하얗게 소독하는 것, 이 자욱한 연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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