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필균 시인 / 함께하다 외 6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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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필균 시인 / 함께하다
약속 없이 태어나서 산다는 것이 첫 울음이 첫 숨소리인 것처럼 살기 위해 먹는 것처럼 숙명으로 끌어안은 생명인 것을
가족이 되고 친구가 되고 귀인도 만나고 담금질하는 사람도 만나고
평생 할 일을 설계하여 이룰 때까지 사랑과 이별로 희비의 근육을 키우며 안간힘으로 버틴 청춘도 기울어 피할 수 없이 늙어가는 육신인 것을
마음은 홀로 갈 수 있지만 육신은 홀로가기 버거운 것을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고 손잡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귀하고 아름다운 일인지
사라져 보면 안다 만날 수 없으면 안다 두 다리 성하여, 두 눈이 성하여 단단해진 마음으로 함께 갈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낙엽 지듯 떨어져 나가보면 간절히 간절히 간절히 가슴에 젖어든다는 것을
목필균 시인 / 4월
벚나무 바라보다 뜨거워라 흐드러진 꽃잎에 눈을 다친다 저 여린 향기로도 독한 겨울을 견뎠는데 까짓 그리움 하나 삼키지 못할까
봄비 내려 싸늘하게 식은 체온 비벼대던 꽃잎 하르르 떨구어져도 무한대로 흐르는 꽃소식 으슬으슬 열 감기가 가지마다 열꽃을 피워댄다
목필균 시인 / 4월에는
촉촉해진 내 마음에
아주 작은 씨앗 하나 떨구렵니다
새벽마다 출렁대는 그리움 하나
연둣빛 새잎으로 돋아나라고
여린 보라 꽃으로 피어나라고
양지쪽으로 가슴을 열어 떡잎 하나 곱게 가꾸렵니다
목필균 시인 / 붉은 연꽃
살아온 길이 아무리 험한들 어찌 알 수 있을까
꼭 다문 붉은 입술만으로는 짐작할 수 없는 네 발자국
만나는 사람마다 환한 미소 보일 수 있다면 그 또한 훌륭한 보시라고
진흙 뻘에 발 묻고도 붉은 꽃등으로 켜지는 너
목필균 시인 / 시를 읽고, 느낌표를 찍다
나태주 시인의‘좋은 때’를 읽고 ‘지금이 좋은 때라고 대답하겠다’에 공감 한 표를 찍는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느 계절이 순순하게 지나갔을까
젊음은 젊은 대로 불안정을 안정으로 바꾸려고 발버둥 치고 결혼 후 중년까지 자식에게 매여 지지고 볶고 책임감에 벗어나서 살 만하니까 여기저기 병든 곳이 쳐다봐 달라 하네
그래도 젊음으로도, 중년으로도 돌아가고 싶지 않아 다시 세상살이 헤쳐 나갈 용기가 없어
어깨의 무게를 덜어낸 지금이 좋은 때 지금이 좋은 때 공감의 두 표를 찍는다
목필균 시인 / 아침 산책길 - 안면도
하늘과 바다를 안개가 더듬고 있다
흐린 시야 속에 물결 소리만 선명하다
저만치 물러간 수평선 낯선 바다 속에 나를 담근다
썰물이 남겨놓은 물무늬 밟으며 어제, 오늘을 하나로 묶는다
안개 위로 햇살이 번지고 솔 향기로 다가오는 아침 고요, 혼자가 되는 적막을 지우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
발걸음과 해조음 소리마다 네가 있고 내가 있어 푸른 안개 속에 하나가 되는 해변을 걷는다
목필균 시인 / 겨울일기, 함박눈
아침에 눈을 뜨니 세상은 온통 은빛 속에 있습니다
깃털로 내려앉은 하얀 세상 먼 하늘 전설을 물고 하염없이 눈이 내립니다
오늘 같은 날에는 같은 기억을 간직한 사람과 따끈한 차 한 잔을 나눌 수 있다면 예쁜 추억 다 꺼내질 것 같습니다
하얀 눈 속에 돋아난 기억 위로 다시 수북이 눈 쌓이면 다시 길을 내며 나눌 이야기들
오늘 같은 날에는 가슴으로 녹아드는 눈 맞으며 보고 싶은 사람을 그리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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