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난희 시인 / 숨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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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난희 시인 / 숨
유령처럼 새벽은 열린 창문에 기대어 있고 포스트잇이 흔들렸다 불안의 글자들이 창문 아래로 떨어졌다
오랜 어둠이 따뜻한 결을 이루는 것을 보았다 죽은 기억을 들고사라져 줄 수 있을 것 같다 글자를 잃은 포스트잇의 얼굴이 차갑다
아까워서 오래 쥐고 있었던 건 아닌데 식어 가는 까마귀 울음 다음엔 기척이 없다
찢긴 이파리가 제 심장을 마저 떼어 주는 그 순간이 평화라면 신의 세계에 도착할 수 있겠다
유채색 꽃잎은 환하다 환해서 홀로 천국이다
-시집 <얘얘라는 인형> 파란
이난희 시인 / NO. 07635915
새벽안개는 흰 도화지를 닮았다
포클레인 한 대가 지붕을 덮친다 벽돌 공장이 무너진다 오줌을 누던 인부가 쌍욕을 하며 뛰쳐나온다
봤지 붓질은 이렇게 하는 거야 속도감 있게 강렬하게
움푹 파인 공장 웅덩이에 순식간에 완성된 그림 한 점이 새로 걸린다
아무도 공장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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