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우혁 시인 / 무게 외 1편

파스칼바이런 2026. 2. 5. 08:00
우혁 시인 / 무게

우혁 시인 / 무게

 

 

 아침이 얇게 배어드는 창문 오늘도 저 많은 광자들이 여기로 쏟아지는구나 꿈 속 걷던 발에 벌레 한 마리 밟을 뻔 했다 아무 생각 없는 무게가 죄 지을 뻔 했다 어떻게 그렇게 가볍니, 무게가 온통 걸음에만 쏠려 있어 걸음이란 업이 내 지난 시간을 감당하지 못하는가 벌레가 난다 어쩜 그리 가벼울까 업을 지 운 날갯짓은 저런 건가 눈치 없이 꼭대기만 보고 오르던 나의 등반 어디서 푹 꺼진다 가끔 걸음은 고치로 액화되는 꿈이다 상선약수라 했던가요 실은 그럴 수 밖에 그럴 수 밖에 없는 일들, 시간들 내가 납니다 언젠가 납니다 그렇게 나입니다

 

-​웹진 『시인광장』 2025년 11월호 신작시

 

 


 

 

우혁 시인 / 꼬리가 묶인 붕어

 

 

왜 쟤는 저래요?

답이 없어서요

 

길고 긴 물길을

빠져 나오면

너의 집

가볼 일 없는

지상에서 헐떡이는 건

붕어만이 아니었습니다.

또 어둔 길을 뚫고 가면

너의 집

 

수초를 뜯고 전선을 뜯고

길을 넘고 물을 넘어

그제서야 우리는 날 수 있다

 

왜 쟤는 저래요

방금 길을 삼켜서요

 

 


 

우혁 시인

1970년 서울 출생. 한국외국어대학교 인도어과 졸업. 2002년 《미네르바》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오늘은 밤이 온다』 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