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주 시인 / B 플렛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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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주 시인 / B 플렛
모차르트를 누리는 좋은 방법은 그의 음악을 듣는 것이다 쇼생크 탈출에서 팀 로빈스가 죄수들에게 ‘피가로의 결혼’ 중 ‘저녁 산들바람은 부드럽게’를 틀어주는 장면이 있다 봄 편 같은 피아노 소리로, 수감자들에게 자유와 해방을 느끼게 하는 순간은 잃어버린 표정까지 돌아오게 한다
나를 부르며 나를 벗어나는 이름은 언제나 한 박자 늦게 따라오고 그 사이에서 나는 조금씩 낯설어진다
너는 나를 본다 하지만 그것은 이미 식어버린 나의 형상 너의 시선이 닿는 순간 울림으로 흩어진다
낮은 의식의 진동 속에서 나는 나를 듣는다 세상은 늘 반음 낮은 곳에서 숨죽인 자들의 노래가 피어난다 이름 없이 걷는 사람들, 그들의 발소리마다 낮은음의 선율이 깔린다
너를 향해 내딛는 한 걸음은 언제나 미세한 오차로 흔들리고 그 흔들림이 우리의 거리이자 대화가 된다
불완전한 화음 속에서 서로를 모르는 채로 흔들리는 음표들 그 미묘한 낮은음 속에서 아주 느리게, 하나의 세계가 깨어난다 -웹진 『시인광장』 2026년 1월호 발표
김혜주 시인 / 당신이 좋아 당신의 색깔로 옮겨 탄다
오후의 빛 소리가 길 위를 홈친다 프리즘의 찰나를 놓치지 않는다 소나기가 쏟아지고 있다 나를 붙들고 싶을 땐 나를 둘러싸고 있는 낯선 유전자를 찾아 낯섦 속을 유랑한다 은밀히 숨겨서 보던 소설책의 순간들은 인간적인 쾌감을 소회한다 고흐가 쓴 영혼의 편지 안에는 창백한 보라색, 버터 같은 노란색, 라임의 녹색 같은, 집요하고 세밀한 색깔이 거부하지 못하는 매혹으로 숨겨져 있다 내 안을 마주하는 신선한 몸의 색은 아프고나서야 푸른 새벽으로 탄생한다 긴 한숨 뒤 강물의 뼈로 새긴다 다시 가보고 싶었던, 차고 건조하여 가슴이 먹먹해지는 사막 적막과 공허를 부추기는 차가운 온기로 무너진 빛이 다시 타오르고 갇혀진 흔적들은 흐르고 변하는 것들을 찾아 떠난다 첫발자국의 시간이 정 반대쪽에 살고있는 첫 장들과 악수를 나눈다 열정에 서성였던, 상실을 앓았던 오랜 시간은 서로에 관해 아무런 의심도 갖지 않는다 정지했던 다정한 시간이 오고 있다 높은 곳을 오를 땐 심장의 빛깔이 궁금해진다 박동수도 세어봐야 한다 필요로 하는 색만 보이고 원하는 숫자가 보일 때까지, 관하여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더 오래가고 더 변하지 않는 건 길들어지지 않는 색깔이다 등 뒤로 오는 그 헤아릴 수 없는 시간들이 형태와 향기로 남아 결핍을 어루만져주는 청춘의 파란 빛깔, 딥 블루 그 안에서 응시하는 낯선 문장들 다시 와 보고 싶었던 그 길에 서 있다. 그 깊고 넓은 곳에 나를 던지고 기다린다 나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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