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필 시인 / 스카프 생존기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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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필 시인 / 스카프 생존기
묶여있는 너를 본다
바람이 존재하는 이유를 되새김질하며 소리를 부여잡고 흔들리는 네 앞에서 목이 잠기는 행간을 읽으며 나는 매듭의 매무새를 다듬는다
어디쯤 온 것일까
너는 식은땀을 흘리며 바람에 하소연을 늘어놓고 상투적인 몸짓 언어를 탓하며 나는 무심한 시선을 목에 두른다
하녀의 치맛자락을 바라보며 흔들리는 건 모두 사치라고 외치던 디올의 CEO가 생각하는 밤
바람이 스카프를 잠재운다
조필 시인 / 경계선의 외침
횡단보도 앞 사내아이 엄마 손잡고 울고 야구 경기장 치어리더는 발을 번쩍 든다. 머릿속 웅덩이는 성장 통을 겪는 듯 자꾸만 시선을 허공에 날리고 두려움을 모르는 선들의 시위, 갇힌 테두리 안에서 힐긋힐긋 먹잇감을 노린다. 환호하는 성년들의 깃발은 몽환적으로 기울고 치어리더의 발이 낙하지점을 찾자 대각선으로 교차하는 차선위에 드러눕는 차들의 경적 소리가 아이의 손에서 힘을 뺀다. 성전환 수술대 위에서 다리를 주무르던 손길이 여자의 인식표를 확인하자 눈을 뜬 채 보채는 아이의 짓눌린 손목이 조금은 어색하다. 남과여의 역할 분담을 자처하는 일상의 어릿광대들, 성장의 경계선에서 토해내는 신호를 날름 받아먹는 포식자의 민낯에 익숙해 간다. 병실 문이 열리고 아이가 웃으며 사내의 발을 만진다.
-계간 《시와 사람》 2025년 하반기 당선 작품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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