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로 시인 / 유목민의 눈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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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로 시인 / 유목민의 눈
평원의 사람들은 멀리 본다 거침없이 먼 지평선이 지척이다
구름의 속도 비상하는 매의 숨겨진 발톱 초원에 갓 핀 꽃잎 속 이슬 한 방울이 그들 눈 속에 있지만
그것은 시력이 아니다
발 닿는 곳 모두 길이자 머무는 곳 모두 집으로 가진 무심 무욕 선한 영혼의 힘
아무것에도 길들여지지 않는 바람을 낳아 방목하는 천진한 힘으로 천 리 밖 비를 헤아리고 만 리 밖 별을 읽는
아득히 푸른 저 유목민의 눈
-시집 <타르초, 타르초>·문예중앙·2016
김형로 시인 / 흔들리며 고맙다고
더 낮은 곳으로 내려가는 몸 몸의 주름이 펴지지 않는다 굽은 곳은 더 틀어지고 패인 곳은 더 깊어졌다 아픈 몸을 자주 미워했지만 몸은 나를 사랑하기만 했다
비극은 서로 떨어질 수 없다는 사실 티격태격 도니 말 없던 몸이 말을 한다 귀에서 여치 소리 나고 눈에는 벌레가 난다고 무릎은 녹슨 돌쩌귀 되었다고
밤마다 몸에게 묻는다 오늘 하루 어떠셨냐 손으로 만지며 쓰다듬는다
몸이 답한다 힘닿는 데까지 가 보겠다고, 숨소리가 많이 얕아졌다 함부로 부렸구나
다음 생이 있거든 내가 몸이 될 테니 너는 내가 되거라 결기 없고 시류도 못 맞추는 내가 한쪽 쳐진 몸과 함께 오늘도 어제처럼 간다
절뚝절뚝 흔들리며 고맙다고 힘들면 잡고 서서 높다란 새를 함께 보면서
-시집 <백 년쯤 홀로 눈에 묻혀도 좋고> 상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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