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김경주 시인 / 설맹(雪盲) 외 1편

파스칼바이런 2026. 2. 6. 08:00
김경주 시인 / 설맹(雪盲)

김경주 시인 / 설맹(雪盲)

 

 

신문이 끊기자

나는 새들에게 싸였다

수도가 끊기자

나는 계곡을 내려오는

물이 되었다

사람이 끊기자

나는 대기권이 되었다

아침에 너는 내 몸에서

단어를 찾고

나는 너에게서 수증기를 찾는다

곡기를 끊은 돌멩이

햇빛 속에서 투명해진다

바람이 끊기자

하늘이 산을 오른다

 

 


 

 

김경주 시인 / 물속에 내리는 눈

-시인의 피2

 

 

서러운 혼례처럼

흰 이를 반짝이지

 

겨울에 내 치아는

밤을 세운 뱀처럼 하얗고

 

여름에 나의 입속엔

파란 눈이 내려

 

내 눈송이들은

깊은 바닷속까지

내려가

숨을 참는다

 

-시집 <고래와 수증기> 에서

 

 


 

김경주 시인

1976년 전남 광주 출생. 본명: 김병곤. 서강대 철학과 졸업.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전문사과정 음악극창작과 석사. 2003년 《대한매일》(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 시집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기담』 『고래와 수증기』 『시차의 눈을 달랜다』 등. 저서 『당신도 카피라이터가 될 수 있다』 『노빈손의 판타스틱 우주 원정대』 등. 2009년 제28회 김수영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