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국현 시인 / 죽은 매미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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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국현 시인 / 죽은 매미
가을 아침 천변 화려했던 봄 벚꽃 다 떨구고 선 생채기 가득하고 유주* 굵은 벚나무에 여름 매미가 앉아있다 다가가 보니 나무를 꼭 붙들고 죽은 매미 누렇게 바랜 각질의 형상에서 삐져나온 가는 발들이 나무를 놓지 못하고 이승을 놓지 못하고
어찌 왔는데 어찌 갔을까
차마 떠나지 못하는 지난여름 네 절정의 노래가 마른 영혼의 각질 속에 찌르찌르 울리고 있구나
* 유주: 나무가 상처 난 곳을 스스로 치유하느라 가슴처럼 볼록 솟아난 흔적.
여국현 시인 / 꽃 피는 순서
천변 벚나무 꽃 피는 순서가 있어
계단 올라 오른쪽 나무들이 먼저 나란히 환하게 꽃을 피우고 왼편 나무들 그 뒤를 이어 움이 트지
나무들은 뿌리로 대화하다지 계단 오른편 제일 큰 나무 가장 깊게 뻗은 뿌리가 땅 속 깊은 곳에서 솟구치는 봄과 가장 먼저 만나는 거야 그리고는 옆 나무 뿌리를 툭툭 건드리는 거지
이봐 때가 됐어
그 소리에 나무들은 하나씩 제 뿌리 흔들어 제 옆 나무 툭툭 쳐 깨우고 차례차례 기지개를 켜지
천변 벚꽃들이 홀로 피지 않는 까닭이지 온 세상 봄이 홀로 오지 않는 까닭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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