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언 시인 / 자유의지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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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언 시인 / 자유의지
나는 내 의지로 거기 있다. 거기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순전히 내 의지로 조종당하고 있다. 순전히 내 의지로 사경을 헤메고 있고 순전히 내 의지로 기적에서 깨어났다. 순전히 내 의지로 눈이 내린다. 순전히 내 의지로 모르는 명단에 있다. 거기서 정착하는 일이 얼마나 부질없고 힘든 일인지는 순전히 내 의지로 모른다. 알아봤자 모르는 사람들이 순전히 내 의지로 들어왔다가 나간다. 순전히 내 의지로 기억되고 있다. 순전히 내 의지로 줄을 서고 멈출 수 없다. 순전히 내 의지로 기차가 온다. 순전히 내 의지로 버스는 출발했고 비행기는 멈춰 있다. 순전히 내 의지로 무관하고 무의미하고 무성의하고 어쩐지 축제 같다. 아침마다 오는 발기의 순간도 순전히 내 의지로 감퇴했다. 짜릿하게.
김언 시인 / 기하학적인 삶
미안하지만 우리는 점이고 부피를 가진 존재다. 우리는 구이고 한 점으로부터 일정한 거리에 있지 않다. 우리는 서로에게 멀어지면서 사라지고 사라지면서 변함없는 크기를 가진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대칭을 이루고 양쪽의 얼굴이 서로 다른 인격을 좋아한다. 피부가 만들어 내는 대지는 넓고 멀고 알 수 없는 담배 연기에 휘둘린다. 감각만큼 미지의 세계도 없지만 3차원만큼 명확한 근육도 없다. 우리는 객관적인 세계와 명백하게 다른 객관적인 세계를 보고 듣고 만지는 공간으로 서로를 구별한다. 성장하는 별과 사라지는 먼지를 똑같이 애석해하고 창조한다. 우리는 자연으로부터 나왔지만 우리가 만들어 낸 자연을 부정하지 않는다. 아메바처럼 우리는 우리의 반성하는 본능을 반성하지 않는다. 우리는 완결된 집이며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우리의 주변 세계와 내부 세계를 한꺼번에 보면서 작도 한다. 우리의 지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른 채 고향에 있는 내 방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찾아간다. 거기 누가 있는 것처럼 방문을 열고 들어가서 한 점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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